프랑스 파리 센느 강 좌안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은 아카데미파의 회화, 아르누보 양식의 가구, 로댕의 조각 등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사진이 탄생하던 시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을 찾아 떠나다ㅣ채승우 지음ㅣ예담 펴냄≪사진을 찾아 떠나다≫는 그곳에서 열린 ‘사진의 탄생’이라는 전시를 통해 지은이 채승우가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와 잡지 관계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페르피냥의 저널리즘 사진 축제를 비롯해 고흐가 마지막 생을 불태우며 걸작을 남긴 아를에서 열린 사진 축제, 함부르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노동박물관, 세계 최대의 사진영상장비전 쾰른 포토키나 등을 둘러보며 접한 많은 사진과 전시들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사진의 탄생 이후, 회화는 얼마나 자유로워지는지 보고 싶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 자유의 시작을 보았다면, 그 자유로움이 꽃피는 모습을 본 곳은 이후에 들른 현대 미술관들이었다. 20세기 초, 회화는 말 그대로 춤을 추고 있는 듯 보였다. 회화는 사진과 건강한 경쟁을 주고받았고, 다음 단계의 예술로 성장했다. 동영상과 인터넷, 멀티미디어의 시대인 지금, 사진은 스스로 어떤 질문을 하고 있을까? 사진은 사진 고유의 것을 찾기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의 긴 여행은 이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던 듯하다.:::

 

사진기자인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유럽 여행기인 이 책은 회화와 사진이 만나던 순간을 짚어보고, 이후 서로 건강한 경쟁을 주고받으며 다음 단계의 예술로 성장하는 모습들을 살펴본다.

 

지은이는 “사진을 따라가는 것은 유럽 세상을 여행하는 내내 멋진 길잡이를 앞에 두는 일이었다”고 말하며 영국의 휴양도시 브라이튼에서 열린 사진 비엔날레, 세계 최고의 사진 시장이라 불리는 파리 포토, 영국의 미술 시장 등을 소개한다. 또 예술가들의 작업 설계도만을 모아 현대 예술을 설명하는 전시, 열대 전통예술과 현대 사진을 비교하는 전시, 현대 상업사진가의 작품을 19세기의 회화작품과 나란히 걸어놓은 전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는 소통할 수 있을까?

 

:::베를린에 가보고 싶은 이유들 한구석에 오래전 보았던 빔 벤더스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가 있었다. 공원 티어가르텐의 한복판에 그 천사의 탑이 서 있다. 프러시아가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 승리의 기념탑이다. 내가 찾아간 그날도 비가 내렸다.

영화 속의 천사는 그 꼭대기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감각’을 동경한다. 그리고 사람이 되기로 한다. ‘감각’을 얻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던 ‘영원한 삶’을 내놓은 것이다. 그가 처음 사람으로 변해 눈을 떴을 때, 손에 묻은 자신의 피를 보고 ‘이건 빨간색’이라며 감격에 겨워한다. 눈 내린 거리의 노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한 모금, 두 모금, 처음으로 ‘맛’이라는 감각을 경험한다. 꽤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본 후, 나는 겨울에 마시는 따듯한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다.:::

 

사진을 닮아 있는 로트렉의 그림, 사진에 찍힌 우연한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옮긴 듯 프레임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강하게 드러낸 드가를 설명하며 예술가들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은 시대의 대표적인 사진가, 실험적인 사진가 등의 다양한 작품들을 살펴보며 각각의 ‘말하기 방법’에 대해 풀어나간다.


또한 완전한 소통이 불가능함을 전제한 채 소통을 시도하는 현대 예술과 그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며 궁극적인 ‘소통’의 방법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또 멀티미디어 시대인 지금, 사진은 사진 고유의 것을 찾기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는다.

 

이 외에도 앞 세대의 관습에 반대하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살롱전에 도전한 인상주의 화가들과 그들을 자극한 일본 판화, 사진의 장르를 이해하는 면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초현실주의, 고흐에서 시작해 독일 현대 사진에 이르는 물질성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에선 매일 사진을 찍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매그넘 워크숍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고, 사진을 수집하는 방식의 전시에서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 숨기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은이는 “예술은 의미가 정해진 무엇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의 전반적인 흐름을 훑어볼 수 있고, 다양해진 매체 환경에서 사진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카메라에 담아낸 멋진 사진들이 그 느낌을 한층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