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낙타는 당연히 사막에 사는 동물이 아니던가.

 

낙타가 처음부터 사막에 산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고대 화석 자료에 따르면, 4500만 년 전 지구에 나타난 낙타는 수천만 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번성했다. 그리고 180만 년 전 빙하기에,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의 베링해협이 베링육교로 연결되자 낙타는 이주를 감행했다. 아시아 서쪽까지, 일부는 아프리카까지. 낙타는 아메리카들소, 아시아에서 넘어온 마스토돈 등 거센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미지_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최형선, 부키..jpg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최형선, 부키.

 

사막에 사는 이유도 그래서일까. 아프리카에서 대형 초식동물은 먹이가 풍부한 사바나 초원에서 무리지어 산다. 사막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는 낙타 같은 몸집 큰 동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낙타는 먹고 먹히는 초원을 떠나 사막으로 갔다. 그게 낙타의 생존법이었다.

 

낙타는 어떻게 사막에서 살 수 있을까. 익히 알고 있듯 낙타는 혹 속의 지방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대비책으로는 사막에서 살 수 없다. 낙타는 우선 다리가 길다. 사막 지표면 쪽 온도는 60∼70도. 낙타 몸통 쪽은 10도 정도 더 낮다. 발바닥에는 지방으로 된 쿠션이 있다. 모래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코에는 근육이 있다. 코를 닫으면 모래바람을 막을 수 있다. 귓속 털도 같은 역할을 한다. 울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눈물은 코와 연결된 관을 통해 도로 몸으로 들어가 수분 낭비가 없다. 털은 열을 막는다. 털을 깎으면 수분의 50퍼센트가 땀으로 증발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체온과 수분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낙타는 체온이 41도가 넘어야 땀을 흘린다. 적혈구는 길쭉한 모양으로 탈수 상태에서도 혈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는 이처럼 수천만 년 전부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에 이른 동물들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낙타 외에도 치타, 기러기, 원숭이, 박쥐, 캥거루, 코끼리, 고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들이 아주 작은 부분까지 환경에 맞춰졌다는 것을 상세히 짚어준다.

 

생태와 진화로 푸는 동물이야기

 

✔ 생태계는 다양한 생존 노력이 모여 공존의 기쁨을 알려 주는 곳이다. 생명들은 상조 작용synergism을 하면서 서로 힘이 되고, 제 삶과 죽음이 남을 키우는 에너지가 되면서 선순환한다. 보답을 따지지 않고, 도움을 강요하지 않지만, 결국 긍정이 긍정을 낳는 시스템이다. 생물들은 남과 다름을 알아내고,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고, 저마다 길을 찾아 함께 살아가면서, 다양하고 풍요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 이들이 보여주는 협력은 직접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열심히 살면서 누군가를 돕게 되고,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돕게 되는 순환적 협력이다.

 

치타에게 장애가 있다고 하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치타는 포식 동물 치고 얼굴과 이빨 크기가 너무 작다. 때문에 한 번에 먹이를 제압하지 못하고 다른 포식자에게 먹이를 빼앗기기도 한다. 이런 치타에게 유일한 생존 전략은 속도다. 그래서 온몸이 속도에 맞춤되었다. 큰 이빨과 치근이 없는 작은 얼굴은 오히려 달릴 때면 숨을 쉬기에 유리하다. 발굽은 없지만 발가락을 길게 늘여 보폭을 넓힌다. 유연한 등뼈는 최고 속도의 비결이다. 곧추선 어깨뼈도 보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이 평소 발톱을 감추는 것과 달리 치타는 발톱을 달리기에 이용한다. 치타에게는 눈 안쪽에서 입 가장자리에 이르는 까만 줄이 있다. 고양잇과 동물임에도 주행성이라서 햇빛의 눈부심에 대책을 세운 것이다.

 

에베레스트를 넘는 새가 있다. 줄기러기다. 이들이 순응 과정 없이 급격히 대류권 상층부로 휙 올라가는 것은 사실 위험천만한 일이다. 대류권 상층부는 공기가 지표보다 워낙 희박해서 기압이 매우 낮다. 산소도 아주 적고, 영하 수십 도에 이르는 추위 때문에 생물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데 이런 여행을 일 년에 두 번이나 한다. 봄에 짝짓기를 위해 인도를 떠나 티베트 고산의 호수 등지로 갔다가 가을에는 먹이 부족으로 다시 인도로 돌아온다. 이들은 비행 중 만나는 산소와 추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줄기러기의 깃털은 보온효과가 뛰어나다. 또 다리의 정맥과 동맥이 가까운 것도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줄기러기의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력이 뛰어나 희박한 공기를 마셔도 다른 새들보다 더 많은 산소를 얻을 수 있다.

 

고래의 진화는 육상 동물이 바다에 들어가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 한 편의 장엄한 드라마다. 고래는 발굽 동물이었다. 현존 육상 동물로 보면 하마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 뭍에서 살던 고래가 느닷없이 바다로 뛰어든 것은 아니다. 진화의 과도기에는 몸의 변화가 충분히 따르지 않아 뭍과 물의 이중생활에 괴로워했을 법도 하다. 고래의 신체 변화 가운데 중요한 것만 꼽아도 두개골의 모양, 이빨의 모양, 콧구멍의 위치, 앞다리와 뒷다리의 크기와 구조, 귀의 구조 변화 등이 있다. 특히 귀의 구조 변화가 중요했다. 외이와 중이의 변화는 이미 초기 고래에서 관찰된다. 내이에 위치하며 균형을 잡는 기관인 세반고리관은 크기가 작아졌다. 그래서 회전하는 움직임에도 어지럽지 않게 됐다.

 

일본원숭이 무리는 알파메일, 즉 우두머리 수컷이 지배한다. 그러나 수컷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이긴 새로운 대장 수컷이 벌이는 유아 살해가 없다. 신세계 원숭이에 속하는 짖는원숭이 무리를 비교해보면, 유아 사망 원인의 40퍼센트 이상이 수컷이 벌인 유아 살해에 따른 것이다. 우두머리 수컷이 있지만 일본원숭이 사회는 온화한 모계 중심이다. 암컷은 자신의 어미와 함께 서열 사회를 이루고 살며, 30살에 이르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무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컷은 어미의 보살핌 속에서 지내다가 성숙 연령인 4∼5살 무렵에 무리에서 나간다. 그러고는 평생 동안 무리를 옮겨 다닌다. 수컷도 동년배들끼리 강하고 지속성 있는 우정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일본원숭이는 ‘공동 육아’에 심혈을 기울인다. 제 새끼뿐 아니라 남의 새끼도 돌보고, 암컷뿐 아니라 수컷도 함께 육아에 정성을 다한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지구 생태계를 대표한다. 각 대륙은 물론 바다와 하늘, 땅 등 각 공간, 그리고 사막과 열대 우림, 극지방 등 특징 있는 지역을 아우른다. 등장 동물은 다양한 생태적 특징, 진화의 뿌리, 주변 동물들과의 비교 등으로 설명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