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고 이후 쇠퇴하던 원자력 산업이 기후변화라는 날개를 달고 다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은 정말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의 진정한 대안일까.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우리가 궁금했던 원자력의 실체를 밝히고, 기후변화를 계기로 원자력산업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원자력 대국들과 우리나라 원자력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환경 갈등의 씨앗인 원자력 정책을 살펴보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에너지정책의 바른 방향을 모색한다.

 

이미지_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김수진 외, 환경재단 도요새..jpg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김수진 외, 환경재단 도요새.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은 사양산업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 암흑기에도 끊임없이 발전소를 증설하고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아랍에미리트 수주까지 이뤄냈다. 반핵의 타겟이었던 원자력이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원자력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와 저탄소 성장동력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떠오르는 ‘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핵에너지’ 깨끗할까, 안전할까, 경제적일까, 지속가능할까   

 

원자력이 깨끗하다는 주장은 원자력발전소의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한 측면만을 부각시킨 것에 불과하다. 방사성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무엇보다 원자력이 지닌 기술의 양면(군사적/민간 용도)으로 인해 미래에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체르노빌 사고, 스리마일 섬 사고 등 잘 알려진 사고 외에도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지진 등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한다.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며, 테러와 전쟁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는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의 경제성 평가를 위해서는 단지 발전소 건설비용과 운영비용, 연료비용만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원자력발전소의 특성상 발전소 폐쇄와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은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에 대한 면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운영-폐쇄에 이르는 한 사이클을 거치지 못했을뿐더러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자연적으로 방사선 준위가 떨어져 원래 상태의 절반이 되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방사성폐기물의 반감기는 방사성물질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억 년까지 다양하다. 평균적으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300~400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1만 년 정도 생태계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경우, 인류 역사에 버금가는 오랜 기간 동안 격리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그 처분방안에 대해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단계이다. 일부에서는 방사성폐기물의 반감기를 줄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나, 이 역시 아직 연구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등 실제 방사성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방안이 인류에게는 없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의 존재는 다른 에너지원과 원자력발전을 구분 짓는 주요한 지점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와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켜 환경적 문제를 일으킨다면, 핵에너지는 인류의 과학기술로 처분할 수 없는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에너지원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폐기물이 나올 뿐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폐기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화석에너지와 핵에너지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셈이다.

 

책에 따르면, ‘미래의 원자력 기술’은 원자력이 지닌 근원적인 안전 문제, 사고 문제, 핵무기 확산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꿈의 에너지라는 ‘희망’을 만들고 있다. 4세대 원자로, 핵융합, 원자수소라는 옷을 입고 무한에너지 신화가 재생산되고 있다.

 

책은 ‘원자력 르네상스’를 원자력 ‘신화’의 르네상스라고 말한다. 즉 쇠퇴하던 원자력산업이 다시 부흥한다는 주장은 무한에너지 신화가 재생산되고 있을 뿐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의 원자력산업이 기후변화를 빌미로 저탄소 청정에너지원으로 등장하는 모순을 밝히고 에너지 정책의 대안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