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황허 강의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위가 급감해 바다에 도달하기도 전에 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1985년 이후부터는 매년 강이 빠르게 말라 가고 있으며, 갈수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사진_문명 속의 물ㅣ유아사 다케오 지음ㅣ임채성 옮김ㅣ푸른길 펴냄.jpg 황허가의 사태는 앞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날 어떤 일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지구상의 한정된 자원 문제는 오래 전부터 문제시될 것이라 예견돼 왔지만, 동네 슈퍼에서 손쉽게 물을 살 수 있고 목욕탕과 수영장 등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 현실 속의 사람들은 이 문제의 중대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인류의 존속이 위협받는다. 인간의 생명은 물속에서 태어나, 물속에서 자라난다. 사람은 물에 의해 지탱되어야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인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물이 인간을 배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일까? 문명이 물의 이용을 넘어서, 물을 혹사시키고 물을 함부로 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그렇듯 물 역시 지구의 일부분이다.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종속관계도 성립돼 있지 않다. 이는 물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설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공업 발전에 필요한 대량의 전기를 목적으로 싼샤 댐을 건설했다. 그러나 그 댐은 가져다 줄 이익 이상으로 무서운 현상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인위적으로 물의 방향을 조절하면서 수질 오염과 염분 농도 이상의 문제로 해양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오는 동안 물의 이용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점점 도를 지나쳐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균형을 깨뜨리려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 파괴의 근원은 인간이다. 인간의 무지와 오만함이 불러올 물 문제는 우리들의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세기 석유로 일어났던 분쟁들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여러 국가가 붕괴되는 것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수력 발전과 댐 건설을 둘러싸고 서서히 일어나던 지역 간 물 분쟁이 21세기 들어오면서 국가 간 분쟁의 초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역사에는 항상 물이 함께 해 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류로 하여금 물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면 물은 언제부터 우리의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으며, 인간이 지배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일까?

 

<문명 속의 물>은 물이 인간의 생활 범위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 왔는가를 보여 준다. 물을 이용하면서 인간의 영역과 그 가능성이 조금씩 확대되는 과정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지역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것은 에너지원으로서 석유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에너지 문제가 석유 이외의 자원을 통해 해결될 전망이 생기게 되면 그때에는 석유가 제2차적인 문제로 내려갈 지도 모른다. 이것이 국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없는 것은 21세기에는 이것과 물 문제라고 하는 큰 문제가 겹쳐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인간이 겪을 고난의 밑바탕에는 인류의 과잉인구가 존재한다. 이것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도달할 지점으로 인간의 심리와 정신을 절망적으로까지 험악하게 만들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책에 따르면, 과거 물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위험한 존재였다. 그러나 인류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그 속성을 파악한 뒤 점차 물을 생활에 끌어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이 농사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곧 문명의 생성으로 나아갔다. 이처럼 기본적인 욕구의 문제를 넘어 문화의 차원으로 발을 넓힌 물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기에 이른다. 이 와중에도 인간은 줄곧 물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이처럼 이렇게 기나긴 발달 과정에 비해 오늘날 물과 인간의 관계는 급격히 일방적인 관계가 됐다. 인간의 오만함이 불러온 현재의 물 부족, 이를 고통 받는 사람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지구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책에 설명된 지난 과거를 비춰 봤을 때, 이러한 물의 고난은 곧 인류의 고난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다년간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고찰해 온 지은이 유아사 다케오는 단순히 그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환경과 인류사에 관해 오랜 연구를 해 오며 느껴왔던 문제의식을 알리면서, 인간의 이용 수단이 아닌 역사를 함께해 온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물을 만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