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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환경 아틀라스>과학 2011. 4. 11. 14:02
수십 개의 단어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지도 한 장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있다. 도표나 그래프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직의 성장 추이, 지구에서 각 대륙이 차지하고 있는 인구의 비중과 같은 정보는 말로 풀어내는 것보다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르몽드 환경 아틀라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김계영 외, 한겨레출판사.
<르몽드 환경 아틀라스>는 이러한 지도와 도표의 힘을 빌려 인류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지구 환경의 위기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지구 곳곳에선 성장과 개발을 혼동해 자연환경 파괴가 계속돼 왔다. 에너지 낭비와 도시화 급증, 열대림 벌채, 지하수층과 해양ㆍ하천 오염, 오존층 파괴, 산성비 등 모든 것이 심가간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 전문가와 지도제작 전문가가 모여 만든 이 책에는 총 42개의 주제가 100개가 넘는 지도와 도표를 통해 형상화돼 있다.
책은 묻는다. “그토록 오랫동안 무시되고 축소되어 온 환경문제가 정치 지도자들과 미디어, 시민들의 주 관심사로 다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인가? 해결책이 없어 보이던 문제들에 돌연 그 해답이 주어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주된 이유는 물론 환경문제로 인한 위기감이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는 ‘친환경 녹색 성장’이라는 구호에서 보듯 환경문제가 정체된 산업사회의 어떤 새로운 욕망과 만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세계적인 국제 시사문제 전문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전 발행인 이냐시오 라모네는 “이제 기존 북반구 기업가들이 구상하고 있는 에너지 모델과는 다른 새 에너지 모델을 모색하자”고 말한다.
단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 에너지인양 포장된 원자력에너지의 치명적 위험성이라든지, 농작물에서 추출하여 대체연료로 각광 받고 있는 바이오 연료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라모네의 말처럼 경제모델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에너지 모델의 변화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잔 조지의 표현을 빌려 “우리들 중 일부는 1등석에 탑승했겠지만 결국 우리 모두 타이타닉 호에 탑승한 것”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소개한 이 책은 교토 의정서를 외면하고 있는 미국이나, 선거 운동 기간에는 적극적으로 환경문제를 제기하다가도 막상 당선된 뒤에는 이를 폐기해버린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의 예를 들어가며 지배층의 위선을 꼬집는다.
책은 또 여전히 환경문제를 ‘부차적 손실’로 취급하는 생산 제일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동안 많이 지적돼 온 석유 매장량의 문제나 온난화로 인한 극지방 해빙의 문제, 오존층, 물 부족, 가뭄과 홍수 등의 문제를 넘어 ‘훼손의 악순환’에 빠져 이미 지구 경작지의 절반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이나,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을 기점으로 지구의 식물들이 흡수하는 탄소보다 내뿜는 탄소가 많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아울러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환경 질환에 대한 언급을 접하면서 위기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가 위기에 빠져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거시적으로 생각하고
국지적으로 행동하자
책은 한편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면서 희망의 싹을 피워 올린다.
책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지난 2005년 석유자립위원회를 만들어 스웨덴을 석유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세금 정책을 통해 주거 시설과 상업 시설에서 거의 중유를 사용하지 않게 이끌어냈고,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는 운송 부분에선 15년을 내다보고 자동차를 석유와 디젤로부터 작별시키는 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원자력 전기 역시 30~40년 후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프랑스 ‘네가와트 연합’이 발표한 시나리오를 보면, 에너지 사용에서 낭비를 줄이고 공급과 수요의 효율성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비를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인도는 이미 2007년에 전기 생산량의 8%를 재생에너지로 만든 재생에너지 강국이다. 풍력 전기 생산에서 아시아 1위, 전 세계에서는 독일, 스페인, 미국에 이은 4위 국가다. 주요 성지순례지에서는 매일 수십만 끼의 식사가 태양광 오븐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선 이미 도시 시민의 3분의 1 이상이 자전거로 통근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 생-필베르는 폐기물을 통한 퇴비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 역시 산림과 습지 보존을 통하여 도시민의 음용수 보장, 시골 주민의 경제적 보상, 그리고 거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자연 경관 보호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 책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운송 분야에서 무척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와 비행기에 대한 의존이 큰 문제다. 자동차와 비행기 위주인 지금의 운송 수단을 기차와 배 중심으로만 바꿔도 엄청난 온실가스 감소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운송의 절대 거리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 역시 지방정부나 국가 단위,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풀어갈 문제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한 시민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얼마든지 있다. 늘 먹는 음식의 재료를 먼 나라에서 비행기로 공수된 것이 아닌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바꾸는 일이나, 휴가 때 비행기를 타고 해외 유명 휴양지를 향하는 것 대신에 국내 기차 여행을 택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한 몫’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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