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흙으로 돌아갈래!” 끝없는 경쟁에 치이고, 피곤한 일상에 찌든 많은 도시인들이 오늘도 이렇게 목 놓아 외친다.

 

그렇지만 귀농이라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집이며 땅을 구하는 문제도 만만찮은데다, 생활비며 교육비 등은 또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작물이라도 길러 그 돈으로 생계를 꾸리면 될까.

 

이미지_ 도시농업, (사)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들녘.jpg *도시농업, (사)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들녘.

 

농사가 그토록 가볍게 지을 수 있고, 많은 돈이 되는 일이었다면 진작 도시 사람들이 농촌으로 우르르 몰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힘들고 익숙지 않은 농사일, 현실적인 의식주의 문제 등을 이유로 우리를 흙과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영영 즐거움과 여유가 넘치는 농(農)의 삶을 멀찍이서 그리워해야만 할까.

 

✔ 이제는 도시의 콘크리트를 깨서 흙을 살리고, 그 자리에 텃밭을 조성했으면 좋겠다. 어떤 이는 공원을 만들자고 한다. 그러나 공원은 구경하는 장소이지, 사람이 흙을 일구고 생명을 키운 다음 많은 사람들과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은 아니다. 공원에서 남들이 심어놓은 나무나 화초는 그냥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가 거름을 만들어 땅을 비옥하게 해주고,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는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고, 잘 재배하여 수확물을 거둬 나눠먹는 일련의 농사 행위는 창조적인 행위이면서, 동시에 흙도 살리고 녹색도 살리는 참다운 문화이다.

 

도심 곳곳에서 도시농업 운동을 활발하게 펼쳐나가는 전국귀농운동본부는 <도시농업>에서 약간의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발품을 조금만 팔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버려진 스티로폼 상자라도 주워서 창가에 올려놓고 그 안에 상추, 쑥갓 등을 심는다면 어떨까. 눈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초록의 상쾌함에 하루의 피곤이 조금쯤은 풀리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잎사귀를 따서 먹을 수도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도시농업은 바로 이렇듯 소박한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이 책에는 요양병원 옥상에 텃밭을 일궈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도시텃밭 보급원, 학교 화단에 텃밭을 가꿔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생태교육과 자연 체험학습을 유도하는 선생님들을 비롯해 농사 공동체를 만들어 주말마다 교외 농장에서 땀을 흘리는 도시농부, 조례와 각종 지원을 맡아주는 제도 전문가 등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도시농사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옥상이나 발코니와 같은 집 안의 자투리 공간, 하천 부지, 철로변의 공유지 등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보석 같은 빈 땅이 도시 곳곳에 얼마든지 숨어 있다. 책은 그 땅에 꽃을 심고, 작물의 씨앗을 뿌려 대자연의 품 안으로 돌아가자고 권한다.

 

✔ 항공사진으로 보면 서울 곳곳에 기계충처럼 퍼져 있는 작은 공간들이 있다. 1천500여 개의 학교가 그곳들이다. 지난 10여 년간 학교숲운동으로 많이 푸르러진 이 학교들에, 이제 학교텃밭운동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비록 많은 땅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모두 모으면 서울 시민 1인당 10제곱미터의 텃밭을 나눌 수 있다(그린벨트 내 농경지, 이용가능한 옥상, 학교 등을 모두 합하면 약 1억 제곱미터 즈음으로 볼 수 있다). 도시농업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 몸속에 잠재된 경작본능을 일깨우고, 농사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일상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환경교육을 체험할 수 있다. 노인들에게는 소일거리로 정신?육체 건강에 훌륭한 도움이 된다. 주부들에게는 가족에게 건강하고 가까운 채소를 제공하고, 장바구니도 가볍게 하니 그야말로 일석'십'조의 효과다. 그리고 서울의 도시농업은 이와 같은 다양한 기능적인 효과를 넘어 도시민의 '생존 혹은 지속가능한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책은 농약과 오염에 찌든 식품이 아닌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탁한 공기로 가득한 숨 막히는 도심을 벗어나 햇볕과 맑은 공기, 생명이 깃든 흙을 밟고 싶은 사람들, 내 밭에서 난 것을 내가 먹고 그 배설물로 다시 작물을 기르는 순환의 삶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 하다.

[지데일리/과학] http://gdaily.kr/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