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_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 박진섭, 한울림.jpg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 박진섭, 한울림.

 

이동이 자유로운 철새들이 철마다 둥지를 틀고, 남북의 철조망에 갇힌 들짐승들은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를 구가하며 번식한다. 북태평양을 누비던 연어가 고향을 찾아 올라오고, 진달래가 피면 시원한 물을 찾아 두타연 폭포에 열목어가 뛰어 오른다. 천혜의 자연박물관으로 알려진 습지, 용늪에는 아름다운 야생화가 피어나고, 전 세계에서 단 두 종류뿐인 우리나라 특산식물 금강초롱이 수줍게 종 모양의 자주색 꽃을 피운다. 이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금단의 땅 DMZ다.

 

DMZ는 말 그대로 비무장지대다. 아무나 출입할 수 없고, 누구도 무장할 수 없는 중립지대다. 분단된 남과 북에 대한 고뇌가 살아있는 이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무장지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중무장지대로 변한 지 오래된, 남과 북 양측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자리 잡아왔다.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며 긴장이 감도는 역사의 현장이지만, 생명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놀랍도록 건강한 터전을 일궈가고 있다. 세계 유일무이한 자원인 비무장지대의 강인한 생명들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간다.

 

<얘들아, DMZ에서 공을 차자!>는 DMZ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이면에서, 숭고한 생명의 역사가 물려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이 땅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는 지은이 박진섭의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비극의 땅이 아닌, 생명과 평화의 땅에 관한 봄과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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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운동가인 지은이는 과거 민족 간 비극이 벌어졌던 고통의 땅, 지금도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위기의 땅이었던 곳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 희망은 바로 생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DMZ에는 생명의 숨결이 저절로 살아나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풍요로운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넘쳐나는 생명을 바라보면서 평화를 거부할 이가 있을까. 특히 동족 간 전쟁이라는 비극을 안은 채 60여 년이 지난 지금, 풍요로운 생명과 생태계가 만발한 DMZ가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나아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DMZ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은이는 DMZ가 우리가 이념을 떠나 함께 꿈꿀 수 있는 지상의 마지막 낙원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들이 DMZ 안에서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즐거운 상상에 흠뻑 빠질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우리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언제나 가고 싶은, 이 땅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분단의 공간 속에 잠들어 있는 생명의 의식을 일깨워, 이 땅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어 하나가 되는 길을 돌아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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