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의 실체를 다루고 있는 <그림자 경제학>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롯해 두바이 모라토리엄, 그리스 등 유럽의 금융위기, 세계 경제위기의 중심에 있는 중국 경제의 기괴함, 그리고 경제의 근간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우리나라까지,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모습을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을 넘나들며 분석하고 있다.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서민의 입장에 선 진솔하고 강한 어조의 글로 알려진 슬픈한국은 이 책에서 지난 경제위기로부터 3년여가 지났지만, 그 위기는 국제 환경과 질서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어떤 정점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폭주기관차’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우리 경제와 그 핵심 정책들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해석하고 있다.

그림자 경제학, 슬픈한국, 이비락

지은이는 대공황과 같은 경제위기 대부분은 각국 정부의 고의적인 인플레이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통화 팽창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 정책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통화 팽창으로 경제에 새로 유입된 화폐에 먼저 접근하는 사람이 나중에 접근하는 사람으로부터 조용히 부를 강탈해 가는 결과를 낳게 되고, 이에 따라 통화 팽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심각할수록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게 되고, 투기 또한 판을 치게 된다.

이와 함께 통화 팽창으로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은 모든 재화와 용역(서비스)의 가격을 비례적으로 상승시키지 않는다. 일부는 오르고, 일부는 내린다. 이것이 다시 부의 차이를 더욱 악화시키게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오르는 재화로의 투기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투기가 판을 치게 되면 투자는 더욱 둔화되고 고용 역시 어려워진다. 고용이 어려워지니 전체적인 경제 총량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부채 확장 또한 한계에 도달하게 되며, 경제는 결국 공황에 빠지게 된다.

거꾸로 가는 한국경제, 그리고 세계경제

지은이는 이러한 세계 각국의 부패한 인플레이션 정책이 20세기 초 대공황처럼 경제 총량이 일시에 급감하거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식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도래하지는 않더라도, 빈부 격차를 극단적으로 확대하고, 일본식의 수십 년 장기불황 등의 변형된 모습의 경제위기를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두바이 모라토리엄, 유럽의 금융위기, 중국의 부동산 버블 위기와 극단적인 빈부 격차,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등은 인플레이션 정책으로부터 비롯됐으며, 현재 세계 각국 대부분이 이러한 부패한 인플레이션 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은이는 꼬집는다.


지금 모든 경제학자들은 속으로 이러한 각각 정부의 행태를 코미디라며 비웃고 있습니다. 그 코미디의 정점에 바로 금값 상승, 달러화에 대한 비웃음, 꺼지지 않고 있는 부동산 버블, 절체절명의 대위기 속에서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 조세·복제 후진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퇴가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그러한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면서 새삼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해법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인 것입니다.

왜 고령화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그 점은 일본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고령화’입니다. 대다수 선진국의 경제는 ‘다단계’로 굴러가고 있는데, 이것은 사회보장기금의 구조가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사회보장기금의 지출은 늘어나면서 지입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회보장기급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입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사회보장세·소득세·부동산 보유세 등을 올리는 등 획기적인 긴축 정책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기업 고용 의무를 강화하고, 실업자·비정규직 등에 대한 최저소득 지급과 보장 조치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우리 경제가 큰 위기를 넘기 위해선 시민 모두가 지적 역량을 꾸준히 제고해 ‘경제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 한주연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