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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 <예술가와 위인들의 연애편지>라이프 2011. 5. 26. 17:18
“사랑은 음악, 시, 그리고 예술의 출발점이다. (…) 달빛은 즐거운 열병이고, 별들은 편지들이다. 꽃들은 암호 해석자이고, 공기는 노래가 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같은 별을 보고, 같은 책을 읽고, 감정을 공유한다면 어찌 그것이 즐겁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친구, 기회, 재산을 아름다운 연인의 몸값으로 기꺼이 즐겁게 지불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이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 랠프 왈도 에머슨오늘날 편지함은 각종 정보지와 소식지, 청구서, 광고물 따위만 가득 쌓여 간다. 그렇지만 어느날 그 속에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면...
*예술가와 위인들의 연애편지, 조은경 편역, 누멘.
연애편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온다. 젊은 시절 누구나 대부분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연애편지를 써보고, 또 받아 보았을 것이다. 과거엔 한 자, 한 가 정성을 다해 연필을 기울여 쓴 것이, 이젠 통신 수단의 힘을 빌려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점점 감정이 메말라 가고, 그에 따라 진정한 대화가 거의 사라져 가고, 필기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 순간에도 연애편지는 어디선가 오가고 있을 게다.
<예술가와 위인들의 연애편지>는 과거 위대한 예술가와 사상가, 위인들 가운데 모차르트, 베토벤, 괴테, 하이네, 바이런, 톨스토이, 니체, 나폴레옹, 비스마르크와 같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사람들이 살아생전 그들이 사랑했던 연인들과 주고받았던 연애편지들을 모아 놓았다.
✔ (…)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그대를 믿습니다. 그 믿음이 나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당신 아버지가 내게 했던 그토록 끔찍한 말을 당신에게 하지 않았나요? 그는 우리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대가 순종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는 당신을 강제로 복종시킬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오늘은 너무나 넋이 빠지고 모멸감이 느껴져 아름답고 좋은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나 낙담한 나머지 마음이 괴롭고 감정이 상해서 내가 보잘것없는 틀에 갇혀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내게 당신이 말 한마디만이라도 해준다면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 주기 바랍니다. - 1837년 9월18일 로베르트 슈만이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이 책에 소개되는 편지엔 오로지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만이 아는 사연이 담겨 있다. 특히 연애편지는 그 내용이 은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책에 실린 연애편지들에서 우리는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예술가과 위인들의 숨겨졌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모두 던져버리는 모습, 결혼한 후에는 다른 사람과 밀애를 즐기는 모습, 사랑과 예술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갈등하는 모습,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도 불사하는 모습,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예술적 영감을 받아 희열하는 모습,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며 괴로워하는 모습 등을 편지글을 통해 보이면서 예술과 사상이 태어나게 되는 과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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