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는 아마존 인디오들의 삶과 브라질의 자연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다른’ 세상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아마존에 대한 관심은 낯선 세계에 대한 환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존 인디오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오브리가다! 아마존>은 ‘낯선’ 세상에 카메라를 들이댄 채, ‘보라, 이렇게 사는 이들에 비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안온한가’를 증명하려는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놓는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자기 삶을 일궈 나가는 아마존 인디오들은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로운 동반자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방법을 인디오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 책은 우리 역시 아마존이 눈물 흘리는 데 일조했음을 일깨워주면서, 우리가 ‘아마존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해준다.

 

*오브리가다! 아마존, 미나미 겐코/손성애, 이후.

 

지난 1989년 가수 스팅은 ‘아마존을 지키자’는 월드 투어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당시 스팅은 “지금 아마존 숲은 1분 동안 풋볼 경기장 60개 분량의 면적이 사라지고 있다. 선진국의 풍요로운 삶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말이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미나미 겐코는 스팅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아마존 인디오의 세계와 처음 만나 ‘열대우림 보호 단체(RFJ)’를 만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아마존 지역을 찾아가 문명사회와 열대우림의 인디오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인디오들이 견뎌야 하는 현실은 혹독하다. 금 채굴 과정에서 강으로 버려지는 수은 때문에 수은중독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인디오 고유의 문화는 기독교 전파, 화폐경제 유입 등으로 파괴되고 있고, 댐 건설 등으로 열대우림이 사라지면서 살아갈 터전 또한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문명과 함께 들어온 전염병에 속수무책 당하면서도 의료 지원은 제대로 되지 않고, 목장주들은 살인 청부업자까지 고용해 원주민들을 살해하는데도 브라질 정부는 사실상 대책이 전무하다.

 

아마존 밀림은 인디오들에게 학교이며 도서관이다. 슈퍼마켓이며 놀이터, 일터이자 병원이다. 아마존 인디오들이 열대우림에서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인디오들이 이러한 삶의 터전을 잃는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지구 산소의 3분의 1 이상을 만들어 내는 밀림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말이며, 그것은 곧 지구인 대부분이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아름다움과 비참함 사이에서

 

“아마존 인디오에게는 ‘자연’이라는 말도, ‘행복’이라는 말도 없다.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존 자연 이외의 환경도, 불행이라는 감각도 모른다. 아마존 인디오의 삶은 어디까지나 단순함 그 자체다. 또한 아마존 인디오의 언어 가운데는 현재형만 있고 과거나 미래형이 없는 곳도 있다. 4천 년 전도, 1년 후도 전부 ‘현재’다. 나이도 세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젊다. 신화나 전설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부락에서 살아 숨쉰다.”

 

손톱 밑을 파고든 아마존 벌레 때문에 벌벌 떨고, 한밤중에 마을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에 원주민들이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던 평범한 문명인이었던 지은이는 편견을 버리고 원주민들과 친구가 됐고, 원주민 주술사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 주면서 원주민의 삶에 녹아 들어갔다.

 

미래로 향하는 올바른 방법에 관한 열쇠를 우리가 ‘원주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은이는 “지구가 궁지에 몰렸을 때 이 열쇠로 활로를 가르쳐 줄 것”이라 고 확신한다. 그는 꾸준한 활동을 펼친 끝에 원주민들에게서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을 지닌 원주민 이름 ‘아따와까’까지 받기에 이른다.

 

아마존 인디오의 생활방식은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오래된 미래, 그 자체다. 아이들을 엄하게 꾸짖어 기르는 인디오 어머니,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몸소 가르치는 어른들의 모습은 평화로우면서도 경건하다. 마을 전체가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구별하지 않고 키워 내는 모습, 노인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까지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게 해 주는 시스템은 감탄스럽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원주민의 의사소통은 우리의 줄 세우기 식 교육 현실을 되돌아볼 때, 더없이 완벽해 보인다.

 

외부에서 들어온 전염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말고는 나이 든 사람들 가운데 병들어 누워 지내거나 거동을 못 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간다. 열여섯 살이 된 남자 인디오가 치르는 성인식은 혹독하기 짝이 없고, 초경을 맞은 여자 인디오가 1년 동안 혼자 지내야 하는 통과의례 또한 지독해 보이지만 정글에서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을 가지려면 자신의 내면과 맞대면하는 이런 과정은 꼭 필요하다 싶다.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가 어떤 미래를 그려 나갈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어떻게 살아 나갈지 뜻있는 선택을 해야 할 시기에서, 아마존 인디언들이 우리 문명에 전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까닭을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지데일리/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