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소비’와 ‘광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관계’와 ‘협동의 시대다.”

 

최근 이른바 ‘파워블로거’인 한 주부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고가의 주방용품을 수차례 홍보하고 공동구매를 진행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고가의 제품인데도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이었지만, 정작 사람들을 분노케 한 것은 그가 해당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건강이나 경제적 피해보다 배신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더 크다며 소송을 걸었고, 급기야 국세청이 나서 파워블로거 1300여명의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미지_위 제너레이션, 레이철 보츠먼 외, 이은진, 모멘텀.jpg *위 제너레이션, 레이철 보츠먼 외, 이은진, 모멘텀

 

이 사건은 무엇보다 블로거 한 사람의 포스팅이 웬만한 광고보다 효과가 크다는 현실을 확인하게 해준다. 또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는지’, ‘무엇에 환호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선택, 구입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위 제너레이션>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생생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셜 이노베이터인 지은이 레이철 보츠먼과 루 로저스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공유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수많은 벤처 기업과 개인 사업가들을 만나고 조사했다. 이를 통해 다음 10년을 지배할 머니 코드가 무엇인지,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 기회를 하루빨리 포착하는 사람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힌다.

 

구글에서 몇 가지 키워드만 검색해보면 100년 전 할아버지 세대에서나 가능할 법했던 물물교환, 공동 소유, 협동소비, 직거래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100년 전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고 친밀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냈고, 여기에 모인 전 세계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받으며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재빨리 포착한 일부 ‘스마트한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공유하는 시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영리하고, 대담하고, 창의적이고, 이기적인 오늘날의 인터넷 세대가 보다 쉽고, 편리하고, 빠르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소비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이들은 이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켜 엄청난 돈을 벌어들임으로써 협업과 공유야말로 미래를 지배할 확실한 머니 코드임을 증명하고 있다.

 

버려진 종이상자를 모아 이사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이, 휴가 기간에 친구의 친구에게 집을 빌려주고 다음 달 카드 값을 버는 이, 해외여행을 할 때 자신을 가이드해주고 재워줄 친구와 숙소를 직접 찾는 이, 옥상을 빌려주는 대가로 거기서 생산한 농작물의 일부를 매달 제공받는 이 등,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 사람들, 그리고 이들에 열광하며 충성스러운 고객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이 책은 '위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주목할 것은 위 제너레이션은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광고가 아닌, 서로 간의 신뢰와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선의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부모 세대는 젊은 세대가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욕망만 중시한다고 우려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다른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지구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움직인다.

 

위 제너레이션은 더 이상 조용히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수동적인 개인 소비자가 아니다. 이들은 수동적 소비를 넘어 기업에 직접 요구하거나 거부하고 변화시키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고립된 익명의 소비자 역할에 충실했던 부모 세대가 ‘Me 제너레이션’이라면, 이들은 협동하고 소통하는 경제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We 제너레이션’인 것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패러다임, ‘이렇다’

 

설립된 지 이제 10년밖에 안 된 집카. 집카는 자동차를 만들지도, 판매하지도, 수리하지도 않는다. BMW든, 볼보든, 렉서스든, 단지 ‘공유’할 뿐이다. 이 회사는 2009년에만 1억 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미국과 캐나다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장난감 도서관 토이런. 공공도서관 설립 운동을 추진했던 카네기의 사상과 목적을 본따 문을 연 토이런은, 이제 책이 아닌 장난감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무한 장난감 서비스를 제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뿐 아니라, 부모들을 장난감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시키고 환경오염까지 줄임으로써 지구를 지키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교환중계 사이트 스와프트리. 더 이상 쓰지 않는, 하지만 버리긴 아까운 물건을 입력하면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 회원을 만날 수 있다. 그들 중 누구에게 이 물건을 기증하고 싶고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입력하면,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고 550만 개 물건 가운데 필요한 것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0.06초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명분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회원들 역시 착한 일을 하고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 이런 기업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익’이다. “이 사업이 돈이 되는가? 이 기업을 이용하면 더 쉽고, 빠르고, 편리하고, 저렴하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가?” 위 제너레이션은 여기서 출발했고, 그러한 욕구가 인터넷으로 실현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았다. 나의 이익과 지구의 이익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위 제너레이션은 미 제너레이션과는 다른 기준으로 돈을 벌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서로 돕는 방식'이다.

 

소유 중심의 소비문화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착한 소비가 주목받는 것은 착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삶의 우선순위를 ‘물건’이 아닌 ‘소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 두기 시작했다. 가능한 한 ‘덜 사고’, ‘더 간소하게’ 살고 싶어한다. 이러한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간파한 사람들은 이미 그 시장을 선점했고, 새로운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소비 형태를 중심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인의 이기적 욕구와 사회의 공적 이익을 모두 충족시키는 새로운 세대를 조명한다. 아울러 이들이 만든 새로운 시장을 보여주고 이미 그 시장을 선점한 사람들이 어떻게 승승장구하고 있는지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주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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