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의 주소를 알아내는 것부터 수수께끼였다. 웹사이트 주소는 바로 ‘whysoserious.com’이었다. 방문객들은 제과점에 들러 케이크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제과점에 도착한 사람들은 케이크 안에서 증거품 보관 행낭을 발견했다. 행낭 안에는 휴대전화, 충전기, 전화를 걸라는 메모와 함께 또 다른 전화번호 등이 들어 있었다. 


전화를 켜는 순간 충전 상태로 계속 켜 놓으라는 문자 메시지가 수신됐다. 행낭 안에는 카드도 한 장 들어 있었다. 다름 아닌 조커였다. 배트맨 신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아챌 만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이제 은행 강도 조커의 공범이 된 것이다.

 

이 복잡 미묘한 인터넷 마케팅 캠페인에 참가한 사용자들은 <다크 나이트> 특별 IMAX 시사회에 초대되는 행운을 안았다.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뉴욕 극장에서 이렇게 시사회 성격을 소개했다. 


“조커가 처음 등장하는 부분을 미니 영화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그걸 오늘 시사회에서 보게 될 겁니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 전역 21개 도시에서 재연됐다. 케이크 사냥에 참가한 사람은 수십 명에 불과하지만 온라인으로 지켜본 사용자는 무려 140만 명에 달했다. 


2008년 7월 <다크 나이트>가 개봉됐을 무렵까지 이 대체 현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1천만 명에 육박했다. 이 영화는 무려 33주간 극장에 걸렸고,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디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안락의자에서 과자나 먹으며 TV에 파묻혀 사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가 아니다. 오늘날의 대중은 출판, 영화, 방송, 신문, 심지어 그 짧은 30초짜리 광고까지도 참여의 기회로 여긴다.

 

이들의 왕성한 활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물론, 작자와 청중, 콘텐츠와 마케팅, 심지어 환상과 현실의 경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또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법칙을 바꾸고 있다.

 

<콘텐츠의 미래>는 21세기 들어 이른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이라는 놀라운 혁신이 이뤄지면서 전통적인 형태의 미디어 산업이 몰락하고 구태적인 콘텐츠가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과정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특히 콘텐츠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뇌를 탐구하는 실험실에서 블록버스터 영화의 이벤트 현장, 최첨단 게임 개발의 최전선에서 고전 중의 고전 디킨스와 보르헤스 소설 속까지 종횡무진하며, 책은 콘텐츠 속에 숨겨진 재미의 법칙을 하나씩 하나씩 밝혀낸다.

 

지은이 프랭크 로즈는 ‘다크 나이트 게임’에 대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퍼즐을 풀려는 참가자들이 대단한 몰입감을 느끼며 현실 세계와 판타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대체 현실을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해석한다. 


아직 관례라고 하기까지는 이르지만 스크린을 뛰어넘어 내러티브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참여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우리 일상을 파고드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게임 <심즈>의 제작자 윌 라이트, 드라마 <로스트>의 데이몬 린델로프…. 오늘날의 엔터테인먼트 세계를 움직이는 거장들은 창조적 내러티브 기법으로 대중을 흥미로운 도가니로 빠뜨리고 있다.

 

새로운 내러티브 형식의 근간은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그릇이 변하면 내용도 바뀌는 법. 또 하나의 내러티브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영화는 게임이 되고, 게임은 소설이 된다. 


이는 단지 비즈니스 모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대중의 뇌와 심장이 변하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암시한다.

 

지은이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새로운 유형의 내러티브도 부상하고 있다. 이제 내러티브는 복수의 미디어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퍼져나간다. 비선형적이고 참여적이며, 무엇보다 흔히 게임처럼 몰입도가 극대화될 수 있는 형식을 따른다”고 이야기한다. 아울러 이를 ‘딥 미디어(deep media)’라고 부른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은 조밀하고 복잡한 스토리 세계를 만들어 무한한 탐험이 가능하며 동시에 청중들의 적극적인 상상과 참여에 힘입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영화 제작은 하나의 우주를 만드는 작업이 됐고, 광고는 시스템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바로 그런 우주와 시스템 구축에 동참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드라마 <로스트>가 빙산과도 같은 스토리라고 묘사한다. 기획자들은 그 일각만 보여줄 뿐 나머지는 관객이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인터넷을 전제로 하고 제작됐다. 


<매드 맨>의 캐릭터들은 드라마 제작진이 아닌 팬들이 트위터를 통해 발전시키고 확장한 경우다. <심즈>와 <그랜드 세프트 오토>와 같은 게임은 작가들이 들려주는 스토리라기보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스토리들을 쏟아낼 수 있는 하나의 환경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책은 특히 소셜 미디어가 스토리텔링에 미치는 영향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단 와이즈맨(Jordan Wiseman)과 대체 현실 게임의 출현을 주목한다. 


대체 현실 게임은 모바일 기기에서 인터넷, 심지어 공중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들에 산재해 있는 단서들을 채집하도록 관객들을 부추기면서 현실 세계와 가상의 시나리오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와이즈맨은 이른바 ‘분해된 내러티브(deconstructed narratives)’에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그가 상상하는 프로젝트는 이런 것이다. 자신이 스토리를 쓰고, 그 스토리와 관련한 증거들을 조작해 퍼뜨린다. 그런 다음 스토리를 없애 버린다. 관객들이 재구성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책은 대중이 놀고, 즐기고, 심지어 생각하는 법까지 바꿔버린 스토리텔링의 귀재들의 머릿속을 탐험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도래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에 깊숙이 들어가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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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미래

저자
프랭크 로즈 지음
출판사
책읽는수요일 | 2011-09-0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스토리텔링의 귀재들에게 배우다 대중이 놀고, 즐기고, 심지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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