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여행


“무서워하지 마. 우린 바다 속을 탐험하는 중이야.”


<이불 여행> 김다정 지음ㅣ브와포레 펴냄


밤에 불이 꺼지고 어둠이 밀려오면 아이들은 무시무시한 것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렴움에 사로잡힌다. 


<이불 여행> 속 삼남매에게도 불 꺼진 뒤의 어둠은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큰일이 났다. 이불을 덮고 누워도 무서운데 둘째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것. 


화장실은 대낮에, 불을 켜고 앉아 있어도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곳인데 그것도 한밤중에,더욱이 불이 다 꺼진 캄캄한 집 안을 지나가야 한다는 것에 아이들은 불안은 커져만 간다.


대부분 형제들이 그렇듯 <이불 여행>에서도 맏이가 해결사 노릇을 한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 같이 화장실에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게다가 맏이는 화장실까지 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한 바다 속 탐험으로 탈바꿈시킨다. 


맏이는 동생들을 안심시키며 화장실 가는 길을 더 이상 무섭고 두려운 길이 아니라 형제가 함께 가는, 신 나고 재미있는 탐험길이 됨을 보여준다. 


이불 배, 이불 텐트, 이불 동굴 같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이불 놀이. 감쌀 수 있고 모양을 마음껏 만들어서 바꿀 수 있다는 이불의 특성은 ‘이불’이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 때문이다. 


브와포레 제공


<이불 여행> 속에서도 이불은 밤이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있는,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화장실 가는 길이 바다 속 탐험 여행이 되는 순간, 이불은 더 이상 이불이 아닌 마법의 탈것이 된 것이다. 이제 분홍색 이불 한 장만 뒤집어쓰면 아이들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잠수함이 된 이불을 타고 바다 속을 탐험할 수도 있고, 이글루가 된 이불 안에서 북극곰이랑 물개를 만날 수도 있고, 포근한 캥거루 배 주머니가 된 이불 속에서 껑충껑충 뛰며 신 나게 놀 수도 있다. 


이불 한 장 덕분에 아이들에게 밤은 더 이상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닌, 가장 신나고 무한한 환상의 놀이터가 된다.


섬세한 터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불 여행>의 거친 듯한 판화 일러스트는 자칫하면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어두운 밤 장면들을 부담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따뜻한 일러스트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이불 여행>은 싱가포르에서 '블랭킷 트래블'(Blanket Travel)이란 이름으로 먼저 출간돼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중국에도 출판권이 수출돼 한국어판과 영어판, 중국어판이 모두 출간됐다. ‘KT&G 상상마당’에서 후원하는 ‘볼로냐 그림책 워크숍’에 입성한 김다정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지데일리 손정우 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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