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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 나름의 존재이유라이프 2013. 7. 9. 09:23
아토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토피 증상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힘들고 불편한 증상을 동반해서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만일 증상이 나타날 경우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증상 그 자체는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넌 위대한 생존자> 권용철 지음, 동녘라이프 펴냄
아토피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물이 들어온다는 일종의 신호와 같다. 아토피 유전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물이 들어올 경우 거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일 해독 작용이 매우 약한 사람이 몸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이를 증상으로 표현하는 유전자가 없다면 장기에 심각한 손상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떠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렇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맞지 않은 음식을 계속해서 먹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특정 음식에 민감한 사람은 그 음식에 대해 증상으로 경고를 받는 셈이다. 아토피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조심해야 할 음식을 가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과연 아토피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불필요한 것일까. 진화의학자이지 외식업체 닥터로빈의 대표인 권용철의 대답은 ‘필요하다’라는 것에서 나아가 ‘(세상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아남은 모든 생명체는 잘나고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못난 점이라거나 단점이라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인이 된 사례는 지구 45억년, 특히 자연의 역사에서 흔히 찾아낼 수 있다.
자연과 진화의 수많은 사례 속에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는 불필요한 것도 단점도 없으며 단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적절한 사용처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단점도, 불필요한 것도 없다는 게 ‘닥터로빈’ 권용철의 지론이다.
이 시대 청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미 넌, 위대한 생존자>는 권용철이 진화의학을 공부하며 지구와 자연의 생명체들로부터 배운 행복과 성공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본래 의학을 전공했던 지은이는 유학 중 진화의학을 접하게 되면서, 도태되거나 멸종하지 않고 지구상에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생존 방법을 관심 있게 공부해 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혹독한 자연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놀라운 역사와 생존 방식을 알게 됐다. 나아가 우리 인간들, 특히 앞으로의 길을 고민하는 청춘들 역시 행복한 성공의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강연과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이는 과거 누구보다도 ‘스펙’ 쌓기에 열중했던 인물이었고 ‘성공’의 강박에 시달렸던 삶을 살았다. 남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을 좇아 무조건 열심히만 살았다.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잘 나가는 일’을 좇았다.
하지만 지은이가 마주한 45억 년 지구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존재들은 남들이 말하는 성공과 그에 맞춰 ‘스펙’을 쌓는 것이 우리의 행복과 성공과 무관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은이의 삶이 변화한 이유다. 그는 잘 할 수 있고, 연애하듯 집중해 매진해 보고 싶은 것을 찾았다. 프라이팬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시골 출신 의사인 그가 ‘밥장사’를 시작한 이유다.
정말 불필요했다면 진화의 과정에서 사라졌을 것
다람쥐는 본래 굉장히 용감하고 용맹한 동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다람쥐는 겁이 많다. 먼 옛날에는 먹이경쟁에서 유리한 용맹하고 용감한 유전자를 가진 다람쥐들이 주류를 이뤘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고 겁이 많은 소심한 다람쥐는 먹이경쟁에 끼어들지 못하기 때문에 우연히 굴러온 도토리를 차지하게 되면 얼른 땅에 파묻었다. 다른 동료에게 들킬 수도 있고 천적에게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아무도 없을 때 겁쟁이 다람쥐는 땅에 묻어뒀던 도토리를 먹었다.
그런데 도토리에는 탄닌(tannin)이라는 독이 있다. 도토리를 독식할 수 있었던 용감한 다람쥐들은 도토리를 날 것 그대로 많이 먹었고 체내에 탄닌이 쌓여 결국 사라졌다. 반면 먹이를 잘 구할 수 없었던 겁쟁이 다람쥐가 땅속에 숨겨둔 도토리는 시간이 지나며 발효됐다. 결국 겁쟁이 다람쥐가 탄닌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불안함을 느끼고 겁이 많은 성격을 나약한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사실 이 불안함은 우리에게 유전적으로 새겨진 진화의 결과다. 불필요한 것이었다면 긴 진화의 과정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불안함은 생존을 위한 본능 중 하나다. 위험을 피하는 데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불안 유전자가 없었다면 우리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도 없다. 개구리가 살아남는 법과 사자가 살아남는 법은 다를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개구리는 개구리대로, 사자는 사자대로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남는다. 개구리가 사자의 사냥을 따라했다면 개구리가 살아남았을 리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공의 기준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명문대를 입학하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의사나 판검사가 돼야만 박수를 쳐주는 것이 이 사회다. 하지만 그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나머지는 좌절감만 맛볼 뿐이다. 스스로 낙오자란 생각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볼 의지마저 상실하게 된다.
이에 지은이는 성공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성공에 대한 기준과 의미부터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위 ‘스펙’ 좋은 사람만이 성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는다. 각자가 가진 생각과 특징이 다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별 볼 일 없다고 취급받는 사람 다시말해, 사회적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도 자기가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불안감과 획일적 성공의 기준을 따라 무작정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청춘들에게 스펙 쌓기를 그만 둘 것을 주문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서 나아가 자연과 진화의 매트릭스를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세상이 어디로 움직이고,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상들도 따지고 보면 그 기저에는 우리의 본성이 작용하고 있다. 지은이는 진화학자의 입장에서 인간의 본성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 우리 모두가 위대한 생존자라는 것은 이 긴 자연과 진화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손정우 기자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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