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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은 늘 우리 곁에
    라이프 2013. 5. 20. 17:43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지데일리 한주연기자> 강에서 생선을 잡고 아이들은 멱을 감고 아낙들은 빨래를 하면서 한바탕 수다 꽃을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에서 환경 조사 기업을 운영하던 야마사키 미쓰아키는 이렇듯 강물이 생활의 일부였던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은 사람도 생물도 모두 떠나버린 고향의 다마 강이 예전의 북적이던 모습을 되찾길 꿈꾼다.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는 그가 자신의 남은 일생을 걸고 다마 강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여정과 그의 노력으로 강과 사람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낸 자전에세이다.

     

     

    <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 야마사키 미쓰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가나가와 현과 도쿄 도를 가로질러 흐르는 다마 강. 1940년대만 해도 나들이객과 낚시꾼들로 인해 강변은 사철 내내 북적댔다. 강변을 따라 상점이 들어섰고 생선을 파는 식당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강이 생활의 일부였던 시절,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지은이 역시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다마 강에서 보냈다.

     

    그런데 1960년대 초반부터 다마 강의 물이 눈에 띄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생활배수가 강으로 곧바로 흘러 들어가면서 악취가 지독했고 강물 속에 손을 집어넣으면 검은 타르가 잔뜩 달라붙었다. 오염물질이 계속 발견되면서 더 이상 아무도 다마 강을 찾지 않게 되었다. 낚시꾼은 떠나가고 사람들은 오히려 강가에 냉장고, 세탁기 같은 고철더미를 내다버렸다. 다마 강은 이제 죽음의 강이자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의 강이 돼버린 것이다.

     

    유년 시절부터 낚시가 취미였던 지은이는 매일같이 다마 강을 찾았지만, 정작 대학 졸업 후 환경 조사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항상 자연을 곁에 두면서도 고향의 강은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러다 마흔 살, 협심증으로 쓰러져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른 순간, 사람들로 북적이던 유년기의 다마 강을 다시 마주한다. 그때 그는 다짐한다. “다시 깨어나면 다마 강에 일생을 걸 것이다.”

     

    지은이는 병석을 털고 일어나자마자 아무도 찾지 않는 다마 강을 되살리는 일에 몰두한다. 의뢰가 들어온 개발 현장의 생태를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해주는 환경 조사(환경 어세스먼트)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던 그는 마침 국토교통성으로부터 다마 강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제안 받는다.

     

    모든 변화는 단 하나의 변화로부터

     

    실제로는 아무리 더러운 강이라고 해도 강은 강이다. 그곳에는 반드시 생명이 살고 있다. 불과 다섯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생명은 생명이다. 그런 사실을 깨달았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계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눈앞에는 노숙자들의 잠자리가 난립해 있고, 타이어와 산업폐기물이 뒹굴고 있는 황량한 다마 강의 강변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과거에 번성을 누렸던 다마 강의 광경이 이중으로 겹쳐 보였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더욱 강렬한 의욕이 끓어올랐다.

     

    다마 강의 어도(魚道)를 확보하기 위한 환경 조사 사업으로 본격 조사에 착수한 지은이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다마 강에 의외로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한다. 생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내가 물고기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명감을 품고 날마다 다마 강에서 물고기들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썼다. 비록 오염된 강이었지만 죽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매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관청에서 의뢰한 어류 조사 이외에도 물고기들의 산란 장소나 놀이터를 조성하기 위해 직접 어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는 아무리 환경 보호 활동일지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는 어업협동조합에 가입해 당당하게 어류를 보살피기로 결심하고 조합장을 만나 설득한 끝에 조합원 자격을 얻어냈다.

     

    다행히 하수처리시설 덕분에 다마 강의 수질은 점점 깨끗해졌으며 물고기, 특히 은어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해마다 지은이가 나서서 은어의 치어들을 방류하고 물고기들이 산란기를 맞아 다시 다마 강을 찾도록 조치한 덕분이다. 보로서의 기능도 하지 못하는 댐(노보리토 댐) 때문에 은어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지 못하자 담당 관공서를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물고기와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모습, 그리고 그로 인해 점점 활기를 찾아가는 다마 강의 변화상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개개인의 역할이 결코 미미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

     

    나는 다마 강을 사랑한다. 몇 번이나 좌절도 겪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서러움도 겪었고 비통함도 맛보았다. 하지만 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목숨을 걸 정도로 다마 강을 사랑하는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에서 무언의 메시지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온몸에서 다시 용기가 솟아올랐다. 아직은 싸울 만한 가치가 있다. 이곳에는 여전히 새로운 생명이 찾아오고 있다. 해야 한다. 강에서 서식하는 작은 생명체들을 위해. 그리고 함성을 질러주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강을 목숨을 걸 만큼 사랑하니까.

     

    그런데 강이 깨끗해지고 은어들이 돌아왔다고 해서 과연 강이 되살아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은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일반적인 사고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방향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오염되는 것은 한순간이었지만 다시 수질을 회복하기까지 무려 30년의 세월이 걸린 다마 강을 정작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쏟은 노력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강이 예전처럼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그 지역의 바탕이 되는 존재인 다마 강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본다.

     

    지은이가 은어를 사육해 얻은 치어를 매해 방류하는 것이 그저 은어가 강물을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 장관을 보이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은어를 식용하는 것이 또 다른 목적이었는데, 은어에서 자꾸만 강물에 녹아 있던 비누 냄새가 풍기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마침내 2007, 시장까지 배석한 은어 시식회에서 먹어본 은어가 예전처럼 비누 냄새를 풍기지 않아 시장으로부터 은어를 특산품화 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낸다.

     

    또한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강으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강에 사는 물고기를 직접 살펴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이동 수족관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어린아이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강의 생태와 물고기에 대한 연극도 꾸몄는데, 처음에는 별다른 호응이 없다가 텔레비전에 한 번 소개된 이후로는 다른 지역에서도 연락이 왔다.

     

    이어 다마 강의 자연교실을 열어 아이들이 실제로 강에 들어가 체험하면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훗날 아이들이 자신이 유년기에 그랬던 것처럼 강에서 마음껏 뛰어놀길 바라는 마음에,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다른 고장에도 출동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물론 모든 계획이 뜻대로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엄청난 호우로 강이 범람할 경우의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강가에 제방을 쌓고 아파트나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관청을 찾아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마 강에 역을 설치하고 배를 이용해 이동하는 박물관의 형식으로 꾸며보자고 제안했지만, 관청 사람들은 난색을 표하기에 바빴다. 꽉 막힌 행정 방식에 기운이 빠졌지만 지은이는 결코 포기할 줄 모른다.

     

    남은 일생을 바쳐 다마 강을 지키려고 하는 지은이의 모습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하천부터 소중히 되돌아볼 기회를 선사한다.


     

    지난 2010년 우리 강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양수리여명'(김미경)
    <사진출처: 한국관광공사>



    <함께하는 우리들의 세상이야기 지데일리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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