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습니까?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오늘부터 자기 인생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정말 사람답게 좀 살아봅시다. 시민 여러분, 오늘부터 진정으로 자신과의 만남을 시작합시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ㅣ강수돌 지음ㅣ생각의나무 펴냄

 최근까지 한 시골마을 이장을 지낸 경제학자 강수돌 교수는 ‘살림의 경제학’을 통해 성장중독, 일중독에 지친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점들 가령, 모든 인간이 노동력으로 평가되는 사회, 죽음을 부르는 경쟁과 이윤의 법칙, 집단 광기로 이어진 부자열풍,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허울 좋은 세계화 등을 비판했다.

 

강 교수는 끊임없이 삶의 ‘자율성’과 ‘연대성’을 강조하며, 대안적 시스템으로서 ‘소박하게 줄이면서 살자’는 기본 정신 아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근원적 관계를 회복하고 사람 자신의 외면과 내면의 통일까지도 이룰 수 있는 자율적 생태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했다.

 

이런 살림의 경제학을 위한 구상은 이론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강 교수는 실천적으로 자신의 주변에서 시작하는데, 지난 2005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학교 근처 시골 마을 이장을 역임해 지역의 현안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진정한 마을 주민이 되어가는 과정이었고, 공부하고 깨친 이론적 입장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려 몸부림치던 과정”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투성이의 한국사회가 행복감에 충만한 새로운 사회로 변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은 이같은 고민의 과정과 결과를 온 사회와 나눌 수 있도록 ‘꿈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주로 현 정부의 출범 이후 이슈가 됐던 여러 현안들을 이야기한다. 현안 하나하나에 대한 비평은 한국사회의 맨 얼굴을 가차 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현실에 대해서는 차갑게 접근하지만, 현실을 넘어서는 대안을 대할 때는 절대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행복사회를 향한 지은이의 소박하면서도 촌철살인 같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현 정국을 풀뿌리 속에 급속히 늘어가는 ‘집단우울증’으로 한국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하루에 35명씩 자살하는 것이 그 증거 중 하나인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이렇게 침몰하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라 한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이라는 희망공약이 펼쳐진다.

 

▲ 용산 참사나 천안함 참사의 유가족을 찾아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사죄할 것이다.

▲ 쌍용차와 같은 노동 현장을 직접 방문할 것이다. 전 직원을 정규직화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할 것이다.

▲ 미디어 법 날치기 통과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죄를 하고 법안 그 자체를 국민이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 속으로 보낼 것이다.

▲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없앨 것이다.

▲ 특목고니 자사고니 하는 시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교장을 선출하게 하고 아이들은 인격양성에 필요한 공부를 4~5시간만 하게 하고 오후에는 자기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게 할 것이다.

▲ 내가 대통령이라면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을 특별 공무원 대접할 것이다. 팔당 지역 유기농업이나 식수원, 생태계 등을 위협하는 4대강 사업도 당장 그만둘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농약과 제초제 사용은 최대한 규제할 것이다.

▲ 남한과 북한의 기득권자들끼리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풀뿌리 민중이 서로 원하는 방식의 통일을 토론하게 하고 그 전제조건으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상호교류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다.

▲ 개성 있는 고교 평등화, 개성 있는 대학 평등화, 개성 있는 직업 평등화를 실현할 것이다.

▲ 대형마트나 초대형 슈퍼 같은 것을 불허할 것이다.

▲ 서울이나 수도권의 집중을 철저히 완화하며 서울의 기득권을 모두 해체할 것이다.

▲ 주거문제, 교육문제, 의료문제의 탈상품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 소득세 누진제를 더욱 철저히 실시하고 온갖 탈세, 누세, 비자금 등을 잡아낼 것이다.

▲ ‘행정책임실명제’를 실시할 것이다. 행정가, 공무원들이 특정한 자리에 있을 때 사리사욕이나 부정부패를 통해 인허가, 승인한 모든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물을 것이다.

▲ 이 모든 구상에 찬성하는 국민들에게 청와대의 문을 개방하고 날마다 두 시간씩 간담회나 토론회를 개최할 것이다.

▲ 이런 구상을 구현하겠다고 하는 세계 모든 나라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국제연대를 구축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강수돌 교수의 희망공약을 현재 한국사회의 민감한 현안과 연결되어 풀어간다. 특히 천안함 사건, 삼성문제 등 최근 다뤄진 민감한 사안들과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는 여러 사건들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은이는 “이 모든 공약은 상상에 불과하고 당장 실현하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절망이 우리 삶을 압도하는 바로 이런 시기야말로 풍부하고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나 하나만 꿈꾸면 꿈으로 남지만 우리 모두가 꿈꾸면 현실이 된다. 이를 연장하면 이렇다. 오늘만 꿈꾸면 꿈으로 남지만 우리 모두 매일 꿈꾸면 현실이 된다. 여기서만 꿈꾸면 꿈으로 남지만 여기저기서 모두 매일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덧붙힌다

 

지은이는 풀뿌리 스스로 자본 독립적이고 권력 독립적인 방식으로 대안을 상상하고 토론하고 대화하고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주체적으로 창조하고, 깨어 있는 풀뿌리들의 자기조직화와 생동하는 연대, 이것만이 살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여기서 작은 ‘선거혁명’이라 할 만한 지난 6월2일 지방자치제 선거는 여러 점을 시사한다. 선거 때에나 시장 통을 돌며 표를 달라고 악수만 해댈 것이 아니라, 평소에 풀뿌리 주민들에게 겸허하게 다가가는 그런 정치와 행정을 해 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꿈꾸는 ‘대통령’은 일반적인 정치적 수사와 달리, 풀뿌리들의 염원의 결집체로 볼 수 있다. 그것이 이장 이상의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는 지은이가 굳이 한국사회에서 ‘무소불위’의 권위와 권력을 표상하는 대통령을 상정하여 공약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