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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 동네 헌책방이 휘청거린다
    비즈니스존 2013. 9. 30. 01:15

    <지데일리=특별취재팀>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천에 소재한 작은 헌책방입니다. 이렇게 메일을 보내드리게 된 이유는 요즘 중소기업에서도 사원 복지 차원에서 도서를 비치해 두는 곳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서점에서 도서 구입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메일을 보내게 됐습니다. 저희가 헌책방으로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많은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해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헌책방이라는 타이틀로 이 넓은 시장에 뛰어 들어 살아남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온라인 쪽에서는 큰 기업들이 헌책 판매까지 하고 있으니 저희처럼 작은 책방은 명암조차 내밀기 힘든 실정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접 중소기업들을 찾아가 헌책 또는 새책을 판매하고자 합니다. 귀사에서 저희 도서를 구매해주신다면 더 많은 일자리 제공을 통해 일터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많은 양의 주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소량의 주문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 찾아뵙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헌책방 업계, 매출 부진에 이제 매입까지 줄어 ‘울상


    희미해져가는 일터를 지켜가고 싶은 한 헌책방(중고서점) 관계자가 중소기업 구매담당자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현재 업계가 처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 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동네서점에 이어 헌책방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 대규모 자본력과 세밀한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 서점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근 오프라인 판매 매장을 점차 확장하고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서울 종로, 강남, 대학로, 신촌 등 서울권과 함께 분당, 과천, 광주, 부산, 울산 등 대도시에 체인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두고 헌책방 업계 내 의견은 분분하다. 한때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 것과 마찬가지로, 알라딘 중고서점이 기존 헌책방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알라딘 이 헌책방의 고유 영역과 달리 신간과 경제경영, 자기계발서 등 대중서적 위주로 판매해 그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헌책방 업계는 알라딘 중고서점의 부정적 영향을 두 가지 꼽는다. 매출이 감소한다는 것과 책 매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악화는 중소 규모 헌책방이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중고 서점 판매는 고객들이 좋은 책을 많이 가지고 와 팔수록 활성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입 역시 중요한데, 이 역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말했다.


    매출 하락과 함께 책 매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헌책 등록과 운송망을 갖춘 알라딘 중고서점이 온-오프라인으로 전국의 헌책을 모두 ‘접수’하고 있는 것이다. 알라딘 중고서점 신촌점에는 매일 적게는 1000권, 많게는 1500권 정도의 헌책이 각지에서 몰려든다.  대부분 고객들은 자신이 소장하던 책을 직접 방문해 팔거나 온라인으로 등록해 택배로 보내고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에는 매일 약 1000~1500권 정도의 중고서적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 통해 전국 중고서적 ‘접수’


    2008년 2월 인터넷에서 중고 책 판매를 시작한 알라딘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객들이 몰리자 2011년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경기 불황으로 책을 사보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만큼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전략이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종로점의 경우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어 평소에 중고서점을 잘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도 중고 책 시장으로 유입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희귀본과 절판본을 구할 수 있는 매력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존 판매량이 높은 인기 서적과 베스트셀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판매 비중도 높다. 


    또한 신간 보유율도 적지 않아 기존 중고서점들과 확연히 다른 판매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존 중고서점이 마니아들을 위한 중고 서점이었다면, 알라딘 중고서점은 일반 대중을 위한 중고 서점이라는 점이 오히려 차별점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게다가 알라딘에서는 책 외에도 음반·DVD 등까지 거래된다. 상태에 따라 객관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인터넷·스마트폰으로도 책 보유 여부를 검색할 수 있어 고객들로부터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을 직접 찾아야 하고 주인이 눈대중으로 가격을 매기는 헌책방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판매되는 책은 1000원대부터 정가의 50% 이하가 대부분이다. 책이 서점에 들어오면 매장 내 코너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에 하루에서 이틀 동안 전시된다. 6개월 이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일수록 들어오자마자 바로 판매되는 추세다. 


    이처럼 호황을 누리는 알라딘과 달리 수도권 중심으로 한 헌책방들의 상황은 좋지 않은 실정이다.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악화로 폐점한 헌책방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곳에 따라서는 종종 휴점을 하는 곳도 눈에 띄고 있다. 


    알라딘 중고 서점 확장에 국내 출판계와 지역 일반 서점가도 긴장하고 있다. 출판계는 신·구간에 상관없이 50% 이하로 할인해 팔기 때문에 출판유통 구조를 무너뜨리는가 하면, ‘도서정가제’(발간 18개월 이상 할인 판매 가능)를 무색케 하는 처사라며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소비자 일각선 동네헌책방 사라져 ‘안타까워’


    헌책방 업계 등의 불편한 모습과 달리 소비자들은 실용성과 편리함을 들어 알라딘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은 이유는 책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좋은 책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새책과 같은 헌책을 정가의 절반 가량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자신의 헌책을 바로 매입해 주는 점 등을 매력으로 꼽고 있다. 


    소비자 일부는 특히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과 그림책을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호평한다. 몇 번 보면 금방 중고가 돼 버리는 동화책과 그림책은 아이들의 자라는 단계에 따라 금새 바꿔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또한 편리하고, 쾌적한 매장도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알라딘의 공격적인 확장에 기존 헌책방들의 위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서울 신촌의 경우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인해 작은 헌책방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으며, 알라딘이 입점한 지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전국망 확대에 대해, 알라딘은 “직접 중고서적의 상태를 확인하고 판매되는 과정을 지켜보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가 많아 전국적으로 중고서적 매장을 오픈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중고서적매장 오픈이 지역중소서점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헌책방 업계 관계자들은 “알라딘이 이런 규모와 형태로 각 지역의 서점 시장을 점령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힘든 기존의 지역 중소서점은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알라딘이 출판사들의 어려운 여건을 이용해 판로를 잃어버린 도서를 덤핑으로 받아 중고매장에 공급·판매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은 중고 매장의 형태지만 사실상 일반 서점과 다를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헌책방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헌책 공급 쏠림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기존 헌책방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말처럼 알라딘 중고서점의 등장이 헌책방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함께 가는 세상을 봅니다! - [책]으로 [만]나는 [세]상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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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은 죽지 않는다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출판사
    시대의창 | 2013-04-2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그 많던 서점은 다 어디 갔을까? 책과 서점을 잃어가는 시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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