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리노어 스커네이지는 2008년 아홉 살이었던 아들을 혼자 뉴욕 지하철에 태워서 집까지 오게 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일로 ‘미국 최악의 엄마(America's worst mom)’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자유방목 아이들ㅣ리노어 스커네이지 지음ㅣ홍한별 옮김ㅣ양철북 펴냄 “아이는 아이답게 뛰어놀게 할 때만이 세상을 헤쳐 나갈 지혜와 자립심을 갖춘 어른으로 자라난다.” 리오너가 지은 ≪자유방목 아이들≫은 아이를 마냥 감싸두려는 부모들에 반기를 들며, 아이를 아이답게 상식으로 키우는 ‘자유방목 육아’를 주장한다.


:::정말 우리 아이들을 우리 시선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아이들을 세균, 나쁜 사람, 운동하다 다치는 것, 운동하다 좌절하는 것, 스트레스, 햇볕에 타는 것, 살모넬라균, 무릎이 까지는 것, 기타 등등 사소한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한시도 빈틈없이 지키는 게 과연 말이 되는지 생각하다가, 나는 놀랍게도 새로운 움직임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자유방목 운동. 사실은 내가 붙인 이름이다. 우리 시대 또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 곧 ‘헬리콥터 육아’에 맞서 싸우기 위한 운동이다.[18쪽]:::



지은이는 우선 아이들 주위의 ‘위험’을 균형 잡힌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아이들에게 닥친 위험’이라는 도시전설이 배회하고 있다. 뉴스에서 어린이 유괴사건을 한 번 보도하면 전 사회가 술렁인다. 더욱이 뉴스는 그 속성상 사건의 끔찍한 면을 반복해 보도한다. 평화롭고 온건한 소식보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더 시청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뉴스뿐만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자극적인 범죄 드라마가 우리 시청자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잔인하고 충격적인 범죄 장면은 이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됐다. 인간의 뇌는 자극적인 장면을 더 오래 기억한다. 아울러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닌 영상을 인간이 보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현실과 가공의 영상을 뚜렷이 구분할 정도로 진화되지 못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영상을 통해 받아들인 끔찍한 이미지는 현실의 어떤 순간에 갑작스레 튀어나와서 현실이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만들어진 공포’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리오너 스커네이지 제안하는 자유방목 계명>

걱정할 때를 알자 - 친구와 연쇄살인범을 구분하는 법

뉴스를 끄자 - 범죄 드라마도 그만 보고

전문가를 멀리하자 - 내가 뭐든 제대로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 전문가들!

유아 무릎보호대를 사지 말자 - 유아 안전 산업 전체에 맞서자

변호사처럼 생각하지 말자 - 어떤 위험은 무릅쓸 가치가 있다

나무라는 사람들을 무시하자 -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다

초콜릿을 먹자 - 할로윈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옛날 아이들을 생각하자 - 열 살짜리 아이가 직업 전선에 나섰다

세계적인 시각을 갖자 -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유방목을 어떻게 하는가

용감해지자 -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들지 마라, 그래 봐야 소용없다

여유를 갖자 - 부모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아이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실패하자! - 실패는 새로운 성공

쫓아내자 - 나가 놀든 뭐하든 맘대로 하라고 하라!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자 - 아이들은 아기 취급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진짜 아기들은 빼고)



지은이는 도시전설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주역이 유아 산업이라고 일갈한다. 아기 무릎보호대, 아기 헬멧, 변기 뚜껑 잠금장치, 열감지 욕조매트 등 이런 것들이 없으면 아이는 기다가 무릎이 깨지고, 걸음마를 하다가 넘어져 뇌진탕에 걸리고, 변기에 빠져 익사하고, 욕조 물이 뜨거워 화상을 입는 것처럼 광고된다. 지은이는 통계자료를 통해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전 미국에서 일 년에 두 건(변기 익사)이거나 없다(뇌진탕)고 설명한다. 엄마 세대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이 ‘아기의 안전’을 담보로 팔려나간다. 공포가 돈을  벌어들이는 꼴이다.


물론 위험을 부정할 순 없다. 유괴사건도 일어나고 안전사고도 일어난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문화가 우리를 겁먹게 하고 있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겁에 질려 상식에서 벗어난 육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한테는 완전한 통제력이라는 게 없다. 그런 게 있었다면 완전히 돌아버렸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마치 그런 게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아이들의 삶에 충분히 개입하여 미리 생각하고 계획을 많이 세워 결정을 내리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리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이 장에서 심리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여러 전문가들의 현명한 말에 근거하여 살펴보겠지만, 이런 생각은 전문용어로 하면 ‘헛소리’다.[148쪽]:::



‘좋은 부모’를 강요하는 사회


부모들을 겁먹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이른바 ‘육아 전문가’라는 집단과 서로 ‘좋은 부모 되기’ 경쟁이라도 하듯 남의 육아 방식을 비난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다. ‘나쁜 부모’ ‘생각 없는 부모’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 역시 부모들이 상식적으로 소신 있게 아이를 키우지 못하게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기준이 까다롭다.


걱정의 다른 이름은 통제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과 초초함만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제는 상상의 산물이다.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고 앞으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조리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뜻밖의 일로 가득한 세상을 아이가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독립심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육아의 목표는 행복하고 책임감 있고 자립심 있는 어른을 길러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어른은 부모가 아이 때부터 뽁뽁이 비닐로 감싸지 않아야만, 부모의 결정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습관이 없어야만, 아이답게 또래들과 놀면서 창의력도 배우고 협동심과 협상력도 배워야만 길러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자유방목은 아이에게 닥친 위험을 정확히 바라보고, 부모가 예방할 수 있는 일과 예방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는 데서 시작된다. 부모는 어차피 아이에게 100%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부모가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못된 부모라도, 아이는 이에 상관없이 나름으로 커가는 부분이 있다. 지은이는 “마음이 불안하더라도 아이를 내버려두는 자제가 필요하다”며 “특히 아이를 이끌어주는 것도 부모의 책임이지만, 아이 스스로 길을 찾도록 해주는 것도 부모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