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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의 두 번째 만남건강 2010. 8. 12. 22:12
오늘날 아이와의 첫 번째 만남은 대부분 산부인과 병원에서 이뤄진다. 아이는 태어나 부모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자라난다. 아이와의 두 번째 만남의 시기는 바로 아이들의 사춘기다. 이 무렵 부모들은 몸집이 자라고 생각이 180도 변한 모습의 아이를 바라보며 많이 당황한다.
더 이상 내 품 속의 아이가 아닌 낯선 모습의 아이와 여러 가지 문제로 부대끼며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서로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의 골이 깊어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만 같던 아이가 너무나 밉고, 아이 입장에서는 언제나 든든한 방패가 돼주던 부모의 보살핌과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아이가 날로 변해가는 이때, 대부분의 부모는 ‘내 아이만큼은 큰 사고나 문제없이 잘 지나가야 할 텐데’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아이와 터놓고 소통하는 길이 가장 좋은 처방이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부모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엄마와 둘이 살던 현지에게 다시 변화가 찾아온 것은 2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엄마는 총각이던 지금의 새아빠와 결혼을 했다. 엄마의 재혼이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새아빠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관심이 줄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처름 엄마의 재혼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엄마의 관심이 새아빠에게 쏠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물론 새아빠는 민지에게 잘해줬지만, 민지는 엄마와 새아빠가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만 봐도 ‘나는 엄마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엄마가 새아빠의 사이에 동생을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안감은 극도에 달했고, ‘어차피 찬 밥 신세가 될 거라면 내 발로 나간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가출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내 아이와의 두 번째 만남≫은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갈등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다양한 문제로 갈등 중인 부모와 아이의 생각을 소개하면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홍진표․박수빈)는 정신과 진료실에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중년의 부모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말수가 적어진 아이, 별 문제없던 아이의 반항,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사례, 아이들의 과소비 문제, 부모의 이혼/재혼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아이, 아이들의 왕따 문제, 이성교제 문제, 공부와 진로 고민 등과 마주하게 된다.
지은이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심리적·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짜증을 잘 내고, 삐딱하며 부모님 말을 잔소리로 여긴다. 갑자기 180도 변해버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모는 당황하게 여기게 되고 여러 가지 대응책을 생각한다. 이는 부모의 적절한 대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와의 두 번째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 아이가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 분야, 자신의 적성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직업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어떻게 할까? 우리는 종종 주위에서 이런 갈등 사례를 본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 대학생 3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가 부모와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부모와 자녀가 원하는 전공이나 직업이 서로 다를 때 당사자인 자녀의 의견이 우선시되는 것이 일견 당연한 듯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업화 이후 가업을 물려받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부모의 직업이나 직업가치관은 여전히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자녀가 부모의 뒤를 이어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으며, 꼭 부모와 같은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부모는 자녀의 중요한 역할모델이자 가치관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또한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우리 사회는 부모의 이루지 못한 꿈이나 선망하는 직업에 대한 기대를 자식에게 많이 투영하는 편이다. 자녀들도 부모가 쏟아 부은 정성만큼 기여하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다. 학비를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로 조달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외국과 달리(…):::
물론 부모들이 겪은 사춘기와 오늘날 아이들이 겪고 있는 사춘기는 다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신이 겪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나름의 대응법을 고민하겠지만, 이미 부모의 생각보다 훨씬 더 성숙해지고 멀리 가 있는 아이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보살피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 즉 오늘날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은 부모세대의 그것보다 많이 진화해 있다. 책은 문제를 알고 이를 극복하려면 지금 청소년들의 생각, 그런 자녀를 둔 부모의 생각을 알고 그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가장 당황하는 아이들의 변화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아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숙을 부모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관심을 소홀히 하거나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여러 가지 고민을 부모 혼자 또는 아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부모와 아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또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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