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전 세계를 여행하고 여러 편의 여행에세이를 쓴 여행작가 이지상은 이 고민을 너무나 잘 아는 ‘오래된 여행자’다. 떠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마음의 중심을 갖고 일상을 살아가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언제나 여행처럼> 이지상 지음, 중앙북스 펴냄.


<언제나 여행처럼>은 그가 여행과 삶의 숱한 고민을 보다 깊이 있게,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넓혀 사유하고 얻어낸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우리가 여행에 있어 당연하게 여긴 수많은 감정들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이유들을 들려준다. 우리가 왜 그토록 자유를 갈망하는지, 그렇게 갈망해 떠났으면서도 어느새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하지만 돌아오면 곧 흔들리는 까닭은 또한 무엇인지….

 

아… 나도 저랬었지. 저렇게 힘들게 세상을 헤치고 다녔었지.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배낭을 멘 여학생의 모습을 보니 조카도 생각났다. 이제 나의 조카도 곧 대학생이 될 것이고, 이런 험난한 세계를 저렇게 헤치고 나갈 것이다. 들판을 걸어오던 그 여행자들은 한계와 고통을 극복하며 길을 가는 전사였고, 구도자였으며, 작은 영웅들이었다. 자라면서 그들은 배고픔이 뭔지 모르고 컸을 것이다. 그러나 배고픔에 시달리고, 곳곳에 구걸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인도라는 대륙을 헤쳐가면서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가끔은 남몰래 눈물도 흘렸을 것이고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 여행은 나에게 그런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험난한 여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하며, 앞으로 진군하는 용감한 여행자들을 사랑한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실되게 노력하고 또한 겸허해지는 인간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여행길에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래서 여행이 좋다.

 

지은이가 학문적 깨달음을 얻으며 스스로 고민의 해답을 찾은 것처럼 읽는 이 역시 책장을 넘기며 ‘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괴로웠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은 나아가 삶 또한 긴 여행이기에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억눌린 현실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방식에까지 뻗어나간다. 지은이는 “최종적으로는 여행을 그리워만 하는 게 아니라 아픈 마음을 치유하며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갈 때, 인생은 더욱 충만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는 여행과 삶에 막스 베버, 게오르그 짐멜, 가스통 바슐라르, 미셸 마페졸리, 질베르 뒤랑 등 사회학자와 철학자들의 이론을 들어 지적 쾌감을 더한다.

 

일례로 ‘여행자와 카사노바는 같다’고 말한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 짐멜은 이 둘을 같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본다. 어제를 오늘로 가져와 연속적인 삶으로 이어가지 않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일이 그들에게는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그저 매일의 ‘오늘’을 즐기며 살아간다.

 

나는 돈을 많이 못 벌어도 병든 어머니를 수발하는 아들이었고, 아내의 고민을 들어주고 소통하는 남편이었으며, 시장도 보고 살림도 했으며,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글을 쓰고, 또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였다. 얼마나 돈을 버느냐, 얼마나 사회를 변화시키느냐, 얼마나 정치적인 효과가 있느냐는 ‘유용성’의 관점에서는 무능력한 행위였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소한 역할들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선한 마음으로 과욕을 버리고 착하게 부지런히 노력하면 길이 뚫릴 것이라고 믿었다. 한 걸음씩 너무 발밑도 말고, 너무 먼 지평선도 말고, 백 미터 전방쯤만 바라보면서 꾸준히 걸어가는 것, 그 방법밖에 없었다.

 

언젠간 잘 되겠지라는 생각은 너무 상투적이다. 그건 평생 달고 살 고민일 것이다. 다만 이 험한 세상에서 견뎌낸다는 것, 그게 인간 승리며, 가슴속에 자신의 세상을 키워나간다는 것, 그건 꿈이라는 이름의 승리다.

 

오래된 여행자인 지은이는 그의 이론에서 고민의 해답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확장해 공감대를 찾는다. 여행자로서의 자신의 삶과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씨실과 날실 삼아 잘 빚어낸 이야기를 통해 학자들의 낯선 이론을 자신의 삶에 투영해 이해하고 소화하게 된다.

 

지은이는 이 책이 여행이나 사회에 대한 분석이 아닌 여행으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는 “떠나지 못함을 아쉬워 말며 상상의 힘으로 삶을 시처럼 살아간다면, 매순간이 여행이고 당신이 있는 그곳이 곧 여행지”라고 강조하면서 “결국 여행도 삶도 모두 마음에서 시작하기에 올바른 꿈을 꾼다면 언제나 자유로우며, 우리가 꾸는 꿈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