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집단이자 애니메이션 영화계의 흥행 1위로 알려진 ‘픽사’.

 

사진=픽사 이야기ㅣ데이비드 A.프라이스 지음ㅣ이경식 옮김ㅣ흐름출판 펴냄 1995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개봉된 이후 픽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으며,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픽사는 어떤 곳이며, 감동적이고 기발한 스토리를 생각해낸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영화를 만들어냈을까?

 

픽사의 시초는 1974년 에드 캣멀이 뉴욕 공과대학에 컴퓨터 그래픽스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차고를 개조해 만든 이 회사는 문자 그대로 ‘차고 회사’로 출발한 셈.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완전히 미친 소리”라고 하던 시절, 이 들을 움직인 것은 창작과 성취,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재주를 발산하는 등의 ‘기쁨’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 컴퓨터 그래픽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특권을 가졌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연구소 직원들은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가정적인 캣멀만이 보통 사람들처럼 정해진 근무 시간에 일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몸을 움직일 힘만 있으면 밤이든 낮이든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다들 자신이 이끌고 있는 특권적인 존재, 즉 열정을 함께 컴퓨터 그래픽에 쏟는 특권을 예리하게 인식했다.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단 한 시간도 허비하지 않으려 했다. 그들은 완전히 미쳤다. 적어도, 완전히 몰두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심지어 불가능할 거라고 했던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도전하고 결국 성공함으로써 이들은 “픽사의 역사는 개척자의 역사”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결국 <토이 스토리>의 성공 이후 월트 디즈니에서 존 래스터에게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지만, 래스터가 거절하면서 했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당시 그는 “나는 디즈니로 가서 감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남아서 역사를 쓸 수도 있다”고 호언했다.

 

이 책은 단순히 픽사의 성공 스토리를 다루고 있지만은 않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현대 자본주의에서 거론되는 것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상품에 숨겨진 감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더 이상 효율성이 해답이 아님을 절감하고 기존의 경쟁방식을 뛰어넘는 창조적 경쟁의 대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창조산업’이다.

 

:::픽사의 이야기는 운명적으로 이미 결정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과 사업(business)이라는 세 가지 측면의 투쟁이 한데 얽혀 있으며, 예술과 기술과 사업 차원에서 거둔 성공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우연성에 대한 탐구다. 이 이야기는 또 사회적, 경제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어떻게 서로 엮이는지, 그리고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 하더라도 역량을 효율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자기 힘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들려준다. 작은 조직도 얼마든지 큰 조직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이야기는 수학적인 정밀한 구성의 가상세계에서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길을 창조하겠다는 열망으로 똘똘 뭉쳐 함께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 길고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마침내 꿈이 실현되는 날을 맞은 어떤 작은 집단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픽사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이미 창조산업의 선두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은 단순히 영화라는 상품이 아니라 ‘재미’와 ‘감동’ 그리고 ‘꿈’을 보는 것이다.

 

이 책에선 특히 픽사의 주요 인물인 에드 캣멀, 존 래스터, 스티브 잡스를 만날 수 있다. 이 중 흥미로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현재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와 픽사의 만남. 픽사를 이끈 사람들이 처음 등장하는 점에서 한결같이 패배자였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도 예외는 아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공동 창업자 자격으로 함께했던 애플컴퓨터에서 밀려나면서 굴욕과 고통의 쓴맛을 겪어야 했다. 하룻밤 사이에 실리콘밸리 선망의 대상에서 한물 간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던 그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결정적 기회가 된 픽사가 등장한 것.

 

이 책에는 1986년 루카스필름으로부터 500만 달러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픽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부터 한때 이 회사를 팔려 했다가 결국 미래를 낙관하고 놓지 않았던 잡스의 의지를 볼 수 있다.

 

또한 <토이 스토리>의 성공을 예감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다시 증명해 보인 사건까지, 그가 애플 CEO로 복귀할 수 있었던 데는 픽사라는 조직이 부활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픽사 이야기≫는 할리우드나 실리콘밸리가 아닌 뉴욕 공과대학에서 태동한 픽사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되기까지 성공 뒤에 가려진 수많은 이야기와 영화산업을 바꾼 괴짜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