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체인점이 부상하면서 품질보다 편의를 선호하게 되고, 대형 할인점으로 인해 과거 내구성과 장인의 솜씨를 중시하던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을 더 중시하게 됐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황폐해진 풍경, 늘어나는 부채, 늘지 않는 소득, 힘을 잃어가고 있는 지역사회, 여타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완벽한 가격ㅣ엘렌 러펠 셸 지음ㅣ정준희 옮김ㅣ우석훈 해제ㅣ랜덤하우스 펴냄 ≪완벽한 가격≫은 조금 더 싼 제품을 만들어내고 조금 더 싼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지 미국인들의 생활풍경을 중심으로 파헤치고 있다. 아울러 염가 제품을 추구하는 성향 근저에 자리하고 있는 매력적이고 불안정한 모순을 밝혀내고, 할인 제품에 대한 뿌리 깊은 욕구가 우리의 정신세계와 사회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로운 가격이라면 대체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기적인 평가처럼 보이고 실제로 이기적인 평가다. 대부분의 거래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대중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만일 소매업체들이 할인을 하지 않고 다음에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비용을 부담하자고 제안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할인을 요구하겠는가? 여러분은 다른 고객(어쩌면 당신보다 훨씬 부자일 수도 있는 고객)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통제할 힘이 없다. 따라서 여러분은 자신이 할인을 받음으로써 다음 사람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길 바라면서도, 자신은 가장 저렴한 값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할인을 포함해)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상황이든 그것을 합리화하는 데 능하다. 이미 말했던 것처럼 아이폰을 일찍 구입한 고객들은 첫 발매일로부터 66일이 지난 뒤에 아이폰 가격이 40퍼센트 인하된 것에 격분했다. 그러나 가격 인하 이후 아이폰을 구매했던 덜 충동적인 구매자들은 일찍 구매한 사람들이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12 얼리어답터가 ‘너무 일찍’ 구매한 대가를 치르는 것처럼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났을 경우, 그런 사건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다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하늘이 도왔다’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결국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할인받길 원하고 이를 정당하게 생각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저마다 거래에서 ‘승자’가 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은 받지 못한 할인을 받았다는 순수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더 많이 구매하고 소비하도록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선전 술책에 넘어가게 된다.

포드햄 회의를 마치고 짐을 챙기면서, 로버트 쉰들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가격 판촉의 근저에는 게임 심리가 자리하고 있어요. 게임의 주요소는 내적 호소력을 지닌 행동, 달성 가능한 목표, 행동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입니다. 할인은 이런 요소들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기다리기 게임을 하는데, 이는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지요. 또, 어떤 사람들은 레이더 게임을 합니다. 그들은 상점에서 할인제품들을 찾아다니고 매번 동일한 길을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싼 가격의 제품은 대중들에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지은이 엘렌 러펠 셸은 싼 것을 추구함으로써 우리가 치르고 있는 놀라운 대가를 폭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구성과 장인의 솜씨를 중시하던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을 숭배하게 된 과정을 파헤친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가져오는 파탄의 힘을 지은이가 직접 취재하기도 하고, 각 분야의 석학들과 나눴던 심도 있는 토론의 결과물들을 공개하며 그 심각성을 증명한다.

 

지은이는 산업혁명에서부터 조립라인, 그리고 할인점에 이르기까지 염가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미국 자유경제 시장의 역사를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타임라인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복원해낸다.

 

:::리첸스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매장에서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소비자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법적으로 어떻게 되어 있든, 현실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할 방법은 극히 한정되어 있어요. 따라서 소비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쇼핑을 하기전에는 반드시 온라인이나 다른 여러 곳에서 가격을 체크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대개 소비자들은 가격을 체크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정말 큰 실수예요. 가격에 관한 한, 기초 지식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지은이는 각 분야의 최신 이론과 새로운 학설들을 넘나들며 ‘싼 가격’에 관련된 총체적인 결론을 도출하며 현대 생활의 알고리즘을 확실하게 파악한다. 지은이는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글로벌 경기침체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인간의 비이성적이며 탐욕적인 욕구가 만들어낸 것”이라며 “그 원인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표본이 바로 대기업, 대형유통업체들의 ‘저가 전략’이다”고 일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