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애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협업하는 기업이다. 애플에 얼마나 많은 위원회가 있는 줄 아는가? 우리 조직은, 세상에서 가장 큰 신생 기업이다.”

 

아이디어가 걸어나오는 순간ㅣ패트릭 해리스 지음ㅣ고은옥 옮김ㅣ쌤앤파커스 펴냄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은 애플의 성공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오늘날 가장 창의적인 혁신기업의 대명사인 애플의 성공 뒤에는 이렇게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이 분수처럼 분출되도록 해 핵심을 결집시키는 ‘창의적 조직운영 시스템’이 있었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 픽사의 ‘리뷰회의’ 구글의 ‘20% 프로젝트’ 3M의 ‘15% 룰’ 세계 최고의 아이디어 공장이라 불리는 ‘아이데오’의 독특한 브레인스토밍 비법 등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놀라운 창조력을 발휘하게 된 성공 뒤에는 공통된 법칙과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러한 ‘아이디어 제조 시스템’은 아주 작고 간단한 변화로 기업의 운명을 바꿨다.

 

:::‘딥 다이브(Deep Dive)’, 직역하면 ‘깊게 잠수하라’는 뜻의 이 말은 아이디어 제조기라고 불리는 디자인 기업 아이데오가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뜻한다. 처음의 생각에서 그치지 말고 좀 더 깊게 끝까지 파고 들어가자는 의미로서, 회의의 초반에는 거침없이 다양하고 과격한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 보라는 아이데오의 회의원칙 중 하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려면 때론 과격한 생각들이 필요하므로 일종의 아이디어 카오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데오는 이것을 ‘목표가 있는 혼돈(focused chaos)’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구성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아지고 결합해서 창조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탄생하는 것일까? 미국의 ABC 뉴스는 아이데오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런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냥 밋밋하게 그들을 인터뷰하기보다는 아이데오에게 일종의 미션을 주고 그들이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 전반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한 것이다. 미션은 바로 대형마트의 쇼핑카트를 5일 안에 새롭게 디자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데오는 이 주문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내놓았을까?[36쪽]:::


 

평범한 개개인의 창의성을 모아 ‘집단창조력’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경쟁력으로 승화시킨 기업들에겐 ‘아이디어 제조 시스템’이 있다. ≪아이디어가 걸어나오는 순간≫은 애플과 구글, 아이데오, 픽사, P&G, IBM 등 세계 최강의 혁신기업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비즈니스 창의력’의 세계를 소개한다.

 

애플과 구글이 새로운 스마트 폰의 세상을 열어가는 동안 뒷짐을 지고 기존의 성공에만 머물러 있었던 노키아와 삼성은 이제 시장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지은이 패트릭 해리스는 “이제는 창조경영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지 않는 회사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단언한다. 이어 “놀라운 것은 세상을 바꾼 위대한 혁신과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결코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와 관련해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와 퓰리처상 수상자를 낳은 하버드의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스’와 구글어스, 구글맵 등을 탄생시킨 구글의 ‘찰리의 카페’,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쉽게 섞이도록 만들어놓은 애플과 픽사의 사무실 레이아웃, MIT 공과대학 미디어랩 등을 설명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간단하고 실용적인 지침들을 제시한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1998년에 이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논문 <새로운 조직의 태동The coming of the New Organization>을 통해 미래의 기업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을 닮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오케스트라는 오늘날의 기업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100여 명씩이나 모여 있는 단체가 바로 오케스트라다. 그들을 다루는 일은 결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일이 100만 대군을 통솔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그런데 그렇게나 힘들다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궁합이 환상적으로 들어맞은 협연을 보다보면 그야말로 눈과 귀가 멎어버릴 것처럼 황홀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세계적인 명지휘자로 이름 높은 카라얀의 지휘가 그 좋은 예다. 카라얀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진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카라얀이 사용하는 것은 마음의 눈이다. 오로지 열린 귀만을 가지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그러면 단원들은 카라얀을 보고, 서로를 바라보며 시작해야 할 때를 알아서 정한다. 분위기가 됐다고 싶을 때, 첫 번째 연주자가 합주의 모든 앙상블을 끌어낸다. 카라얀은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서있을 뿐이다. 카라얀은 단원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일일이 지시를 내리는 지휘자가 아니다. 실제로 카라얀이 런던에서 지휘를 했을 때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카라얀은 평소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자 한 플루트 연주자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한다. 그는 물었다. “마에스트로, 송구스럽지만 언제 시작해야 하나요?” 그러자 카라얀이 이렇게 대답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시작하시오.”[200쪽]:::


 

이 책은 창조를 기업경영의 중심에 두고자하는 경영자들에게,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아이디어 제조의 원천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