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 그렇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선진국에 많이 뒤처지고 국가가 은행을 위시로 대형기업을 거느리는 중국의 현실에서 ‘돈을 굴려 부를 획득하는’ 금융의 영역은 아직 서툰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의 금융화 속도가 급격히 빠르고, 일부에서는 증시거품으로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존재한다.

 

사진=자본의 전략ㅣ천즈우 지음ㅣ조경희 한수희 옮김ㅣ에쎄 펴냄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계가 선진 금융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중국경제를 전 세계적 자본시장의 중심 거점으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본의 전략≫은 이에 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 ‘금융의 논리’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금융(金融, Finance)’이란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에 대한 역사적, 제도적 이해를 넘어 금융이 자본을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것인 만큼, 국가경영의 큰 틀에서 자본에 대한 전략적 사유를 활달하게 펼쳐내고 있다.

 

지은이 천즈우는 수리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을 결합시킨 날카로운 지성으로 중국 경제, 특히 금융과 관련된 제도적 여건을 냉정한 객관주의의 언어로 분석하고 비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 중국과 정치사회 제도를 공유했고,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한국의 금융경제 현실과도 아주 밀렵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현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울러 금융을 대형 자본세력의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도박판으로 인식하는 이들에게 “과연 당신들이 금융이 무엇인지 알고 비판하는가”라고 묻는다.

 

책은 돈·자본·금융의 차이는 무엇인지부터 금융 발전의 역사, 그 속에서의 중국의 위치, 현재 중국 경제의 금융화 정도, 향후 중국 경제의 발전을 위한 금융정책의 종류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금융의 본질을 배제한 세계경제에 대한 음모론적 해석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 또 금융에 대한 이해가 없이 한 나라의 부흥과 멸망을 논하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등을 학계에 제출된 최신의 정치경제학적 연구, 수리금융 연구, 세계사 연구 등을 통해 논파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 등 유럽이 아메리카대륙에서 약탈한 은 덕분에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식의 ‘약탈경제론적’ 해석은 여지없이 비판된다.

 

또한 중국인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게 됐지만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 왜 역대 중국 왕조가 창고에 돈을 쌓아놓고도 멸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힌 ‘왕조발전 시스템의 한계’, 왜 빚더미에 오른 국가가 더욱 오래 번영하는지, 왜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흔들리지 않는지, 왜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 중국 국유기업의 실패 원인과 완전히 일치하는지 등을 정확한 근거를 통해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명나라가 멸망한 결정적인 이유는 서유럽처럼 ‘장기채권’을 발행해 채무부담을 분산시키지 못했던 데에 있었다는 점,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무역회사이기도 했지만,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증권 중개회사’ 역할을 함으로써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와 함께 영국과 미국이라는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영국의 금융업은 세계 정상급이었지만 은행, 보험, 채권시장에만 집중했을 뿐 ‘거품방지법’으로 주식거래를 막아 160년이나 증시의 발전이 정체된 반면, 미국은 과도한 리스크를 핸들링하면서도 주식시장을 주도해 금융의 강국으로 성장했다는 점 등을 풍부한 정보와 역사자료를 근거로 비교·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