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최근 미국 경영학계에는 ‘MBA(경영학 석사)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인 필립 브러튼은 MBA를 ‘치욕적인 주홍글씨’라 칭했다.

 

 사진=위험한 경영학ㅣ매튜 스튜어트 지음ㅣ이원재, 이현숙 옮김ㅣ청림출판 펴냄 맥길 대학의 헨리 민츠버그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MBA 출신 CEO 19명 중 10명이 파국을 맞았다. MBA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전 대통령(조지 W. 부시)의 실망스러운 경영 실태는 MBA 무용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사례가 됐다.

 

MBA에 대한 언론의 시선도 물론 곱지만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영 이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라고 했으며, <뉴욕타임스>는 ‘공격받는 MBA’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바 있다. <비즈니스 위크> 역시 ‘비즈니스스쿨은 지구상의 해충인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같은 학계와 언론계의 MBA와 경영학에 대한 공격은 2000년대 초반 분식회계 사태와 최근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내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는 자기 반성적인 목소리다. 이 가운데엔 MBA는 주가 올리기를 가르치는 데만 열성을 내고 있으며 ‘탐욕스런 악동’들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위험한 경영학≫은 근자에 들어 학계와 언론계에서 집중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경영학 무용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 매튜 스튜어트는 직접 겪은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경험과 그동안 진리로 여겨졌던 경영학 대부들의 이론들을 짚어보면서 그 허구성과 실체를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이 전하는 경영학과 경영 컨설팅 업계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은 ‘경영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컨설턴트들은 기업의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닌,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한 궁리로 가득 찬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전문 지식 없는 전문가로 둔갑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IT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항공 산업 전문가가 되기도 하며 자산 매니지먼트 전문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자신도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의 전문가로 둔갑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얘기하는 경영 컨설팅 업계의 실체는 다른 한편으로 얘기하고 있는 경영학의 진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현대 경영 컨설팅은 컨설팅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영학 역시 경영학이라는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존재할 뿐이라는 것. 이러한 그의 주장은 자신의 컨설팅 경험과 기존 경영학의 허구성을 서로 번갈아 가며 이 책에서 서술되고 있다.

지은이는 경영의 아버지라 불렸던 경영 대가들에게 과감하게 돌팔매질을 한다. 과학적 경영의 토대를 만들었던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 인간중심 경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엘턴 메이오, 경영 전략학의 효시 마이클 포터, 경영학을 대중화시킨 톰 피터스까지 이제껏 우리가 맹신해왔던 경영학의 교주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톰 피터스에 대한 공격은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피터스는 경영학을 고고한 상아탑과 최고급 회의실에서 끌어내려 가정의 식탁에서까지 오가게 만든, 경영학의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한 경영 컨설팅계의 교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가정의 식탁에서 과연 경영학이 필요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 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기업의 CEO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이와 관련해 지은이는 “경영 이론이 대중화되면서 극히 개인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경영 컨설팅과 경영학에 대한 비판을 벌이는 지은이는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을 마친다. 답을 내리기에 앞서 그는 다시 한 번,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경영대학원에 대한 의미를 재고한다. 현재의 경영대학원은 미래의 비즈니스 경영자를 양성해 내기 위해 경영학이라는 학문으로 그들을 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을 만들어 내려는 100여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시 당초 경영학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경영 이론의 중심적인 통찰은 인문학의 토대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의 경영 실패에 대한 기사를 읽는 것보다 리어왕의 경영 스타일 상 결점이 무엇인지를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며, 톰 피터스보다는 장 자크 루소에게 배우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경영이란 철학으로 가르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의 경영 사상에 필요한 것은 주가 올리기에만 열성을 내거나 탐욕스런 악동들만 배출하는 경영학의 가르침이 아니라, 더 큰 화합과 분석 능력을 갖춰 큰 그림을 보면서 세세한 내용까지 동시에 볼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낼 철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대안 없는 경영 무용론이 아닌 우리 기업과 개개인에게 ‘참된 경영자 또는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실한 조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