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일을 간식이나 후식거리로만 생각한다. 과일세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진=과일사냥꾼ㅣ아담 리스 골너 지음ㅣ김선영 옮김ㅣ살림 펴냄 ≪과일사냥꾼≫은 우리가 과일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이 책은 과일을 찾아 수년간 지구 곳곳을 누비고, 과일과 관련된 수많은 문헌을 조사하고, 과일과 사랑에 빠져버린 괴짜들과 과일 산업 종사자들을 취재한 한 청년이 내놓은 결과물이다.

 

:::당시 과일은 대부분 크기도 작고 즙도 풍부하지 않았다. 인류는 과일을 재배하고 번식하는 방법을 알아냈지만, 원하는 속성만 골라 개량하는 방법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다. 과일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과일품종 모으기가 상류사회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았다. 과수원은 부의 상징이었고 정원관리사와 상주정원사를 두기 시작했다. 과일정원은 기호와 우아함뿐 아니라 권력의 징표였다.:::


 

지은이는 아담 리스 골너는 과일의 과학적·경제적·종교적·심미적 의미를 추적한면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드러내 보인다. 과일에서 위로받고, 과일로 명상하고. 심지어 과일로 욕정을 해소하거나 환각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할 뿐 아니라, 대량생산용 과일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과일 산업의 이면과 위험성을 경고한다.

 

지은이는 과일이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준엄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가 차츰 깨닫게 되는 사실 하나는, 제 아무리 발버둥쳐도 무한한 자연 앞에 인간의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진리”라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특히 과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인물들을 밀착 취재하면서, 이들의 과일사랑이 애착을 넘어 집착이 된 본질적 이유를 파헤친다. 모든 관심사가 과일로 집결되는 이들은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무한한 자연의 모습에 경외심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지은이는 이들이 과일에 대한 집착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완벽함과 영원함을 추구하려는 인간적인 욕망에서 찾는다.

 

:::우리가 먹는 오렌지는 대부분 가스를 주입하고 합성착색료로 범벅한 과일이다. (…) 과일에 광택을 내고 저장수명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왁스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과일에 쓰이는 왁스는 대부분 석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폴리에틸렌이나 파라핀이다. 실상 우리가 먹는 것은 노먼 메일러가 “기름 찌꺼기”라고 칭한 석유 분해물인 셈이다. (…) 크기도 크고 왁스칠로 윤이 나는 완벽한 과일들이 가득한 농산물 매장은 신종차량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온도조절식 진열대에서 분사하는 안개방울은 메가와트급 직사조명을 받아 과일의 색상을 더욱 선명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빛 좋은 개살구다. 셰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의 한 구절처럼 “겉은 번드레한데 속은 썩은 사과!”이다.:::


 

이 책에선 과일을 사업의 도구로 치부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기업형 농장들,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불법과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인과 실력가들, 과일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일반란군, 종자를 보존해서 ‘과일계 노아의 방주’를 구축하려는 단체들, 유기농법을 주장하는 재배자들 등, 우리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수 있다.

 

아울러 과일을 쫓다 죽음에 이른 사람들, 신과 교감하는 몰입상태의 상징물로 과일을 활용하는 사람들 등 과일애호가들의 열정도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