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 스페인의 수호성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길인 ‘카미노’가 그곳이다.

 

사진=On The Camino 온 더 카미노ㅣ이신화(이혜숙) 지음ㅣ에코포인트 펴냄‘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로 잘 알려져 있는 이 길은 크리스천들의 순례길로 유명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레저와 관광 등 각종 목적을 가진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세계적인 여행지가 됐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붐이 일기 시작한 ‘걷기 여행’이나 여행지를 탐미하며 나만의 의미를 찾는 ‘콘셉트 여행’에 대한 관심은 이 산티아고 길에 그 시발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On The Camino 온 더 카미노≫는 이 산티아고 가는 길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 내게 이 길을 걸은 소회는 날아갈 듯한 홀가분함이다. 내게는 ‘생각을 털어내는 길’이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길. 죽기살기를 반복해서 결국 살아남았으니 생장의 알베르게 주인이 말한 ‘Born Twice’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가지 않은 길은 평생 회한으로 남는 법이니 갔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힘들었던 기억들을 떨쳐내니 기억은 윤색을 더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고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리운 사람들도 심장 한쪽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으니.:::


 

카미노에선 노란 화살표와 조가비를 따라가다 보면 웬만한 길치도 최종목적지에 큰 어려움 없이 다다를 수 있다.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과 마주할 수도 있다. 특히 걷기 여행이나 만큼 교통비가 들지 않고, 음식 값도 싸다. ‘알베르게’라고 불리는 순례자 전용 숙소에서 잠자리와 취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만큼 여행 경비가 많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숙박비가 여행 경비의 최대 관건이라고 볼 때 카미노의 이러한 여행 환경은 유럽의 비싼 물가로 움츠러져 있는 여행자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저렴한 비용으로 스페인을 음미하며 인생과 닮은꼴인 길이 주는 삶의 진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환상만을 갖고 떠나기엔 쉽지 않은, 나름대로 난코스로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카미노 여행이 유난히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정보를 취합하지 않고 갔다는 점, 그리고 어서 완주하고 싶다는 욕망이 앞서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지 못했던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날도 미리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코스를 조정해서라도 하루 쉬었을 것이다. 그러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인생이 두 동강 나기라도 할 것처럼 서두르던 때였으니. (…) 나는 다시 길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등을 찍고 싶을 정도로 후회를 했다.:::


 

이 책은 충분한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떠난 카미노 여행길에서 고행의 여정과 상념을 담고 있다. 또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에피소드, 머무른 곳과 맛본 음식, 운치는 있으나 때론 잔혹하기도 했던 대자연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책은 프랑스 생장피드포르를 기점으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800km 횡단 길인 ‘카미노 데 프랑세스(Camino de Frances)’를 소개하고 있다. 또 카미노를 걷고 나서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을 거쳐 들어오는 코스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