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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나는 질문들사회 2015. 7. 9. 09:57
[생각수업]
<생각수업> 박웅현 진중권 고미숙 조한혜정 장하성 外 지음ㅣ알키 펴냄
질문으로 시작해 진중한 고민과 성찰로 이어지는 <생각수업>. 나와 우리 삶의 진짜 목적과 의미, 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어제부턴가 우리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서 제대로 ‘생각’할 시간을 잃어버렸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사회 곳곳에서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지금 바로 돈이 되지는 않아도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순수한 ‘앎’,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비하고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고민의 자리’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
<생각수업>은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9명의 대표 저자들(박웅현·진중권·고미숙·장대익·장하성·데니스 홍·조한혜정·이명현·안병옥)이 모여 지적 사유의 장을 마련한다.
이들 저자는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신의 인생에서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을 만나는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를 통해 독자 스스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른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한다. 아울러 그간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질문을 과감하게 던진다.
<생각수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다만 각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서로 다른 책을 읽는 듯 한 느낌을 준다.
먼저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의 저자 박웅현의 ‘왜는 왜 필요한가’라는 글은 이 책의 취지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는 인생을 느낌표로 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음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물음표가 사라졌던 중세시대의 모습과 현재 우리 시대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여러 책과 경험을 통해 입증한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의 저자 박웅현.
유쾌한 미학자로도 불리지만 논객으로 더 유명한 진중권은 ‘우리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글을 통해 정치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에서 벗어나, 정치란 상식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라고 밝히면서 실제로 정치가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진단한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에서 내 삶을 오롯이 누리지 못하고 남에게 휘둘리는 이유에 대해 들려준다. 여기에 음양오행론의 틀을 빌어 우리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학철학자 장대익은 ‘과학은 가치에 침묵하는가’에서 발달하는 과학과 기술이 과연 인문학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발견해내는 과학이야말로 21세기의 인문학이 아니겠느냐는 물음을 제기한다.
실천적 경제경영학자 장하성은 ‘자본주의가 정의로울 수 있는가’에서 현재 한국 경제·사회의 실상을 한눈에 드러내는 암울한 지표들을 빠르게 나열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경제 성장을 해왔음에도 우리나라가 왜 지금의 현실과 마주하게 됐는지를 분석한다. 나아가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더 나은 대안에 대해 말한다.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에서 ‘각자 도생’하며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이 확대되면서 가족의 의미마저 퇴색되어가는 이 시대에, 창의적 공공지대를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작당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보도록 이끌어준다.
이들의 생각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바쁜 일상과 넘치는 정보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중요한 가치, 그동안 눈감고 있던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다.
특히 이들이 던진 많은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으로 이어져 자신의 삶을 한층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한주연 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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