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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한 작가답게
    사회 2015. 9. 17. 21:00

    [작가를 위하여] 


    소설은 작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떤 특출한 이야기를 여러 독자에게 전하겠다는 소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매번 자신의 전작 따위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고 그 진부하고 상투적인, 어느새 낡아빠진 언어 무더기를 짓밟고 어딘가로 나아가야 하는 순례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작가를 위하여> 김원우 지음ㅣ글항아리 펴냄


    작가의 신작은 전작보다, 그 전작은 전전작보다 무언가 한 가지 이상 달라져 있어야 한다. 적어도 서너 편 되는 여러 가작과 어깨를 겨룰 만한 개성적인 수월성, 그때까지의 소설 문법에서 일탈한 참신성을 보여줘야 비로소 제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 


    작가 평생의 수학여행은 ‘산더미처럼 쌓인 읽을거리’의 답습이다. 이에 따라 메모ㆍ독후감 습벽이 요구되며, 나름대로 행세하는 작가가 되려면 자신만의 유별한 ‘작가의식-소설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저자는 ‘표절’에 대해 누누이 경계한다. 표절이나 도작은 말 그대로 남의 작품을 무단으로 ‘탈취’하는 행위다. 요즘은 함께 소설 쓰기 실습에 임하는 ‘동인’들도 남의 작품을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부지불식간에 ‘도용’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소위 ‘표절’ 소동은 자주 터뜨려지는 글쟁이들의 추태이므로 사전에 경계해야 한다. 

     

    소설가로의 등단은 어떨까. 실제 등단 여부는 각자의 몫이지만 선배 작가들의 작품 감별을 거쳐 자기 이름 앞에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는 요식적 절차는 여러 갈래로 뚫려 있다. 각 신문사가 앞다퉈 투고를 독려하는 ‘신춘문예’ 공모제가 가장 전통 있고 권위를 지님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밖에도 각종 계간지, 월간지 등에서 작가 지망생에게 등용문을 열어놓고 있다. 


    작가는 자기 관리가 중요한 직업이다. 여느 전문직, 기술직 종사자보다 제 몸 관리에 유독 오만 신경을 다 쓰는 직업인이 바로 작가인데, 정서적으로 예민하기도 할뿐더러 글쓰기에 쫓기는 강박증이 평소에도 무시로 덮쳐서 심신을 녹초로 만들기 때문이다. 


    섬세한 심경의 변화를 글쟁이답게 과장하는 버릇도 심해 걱정도 팔자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삶이 천생 책읽기와 글쓰기가 고유한 직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여기로 심신을 고루 편하게 놀리기도 해야 글쓰기라는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다.


    소설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는 그 본질상 털어놓아야만 비로소 제 구실을 다하는 특이한 언어 습벽이다. 이야기에는 화자가 평소 간추리던 생각, 느낌, 직간접 경험 등이 녹아 있다. 때문에 이야기는 화자에게 친근한 것이지 거창하거나 긴가민가하고 반밖에 믿기지 않는 허황된 것이 아니다. 


    이야기는 그 속성상 ‘일반성=범속성’을 지닌 것과 ‘특수성=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어떤 비율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결정되며, 대중적 인지도 또한 달라진다. 


    이야기라는 ‘상품’은 직간접 경험이나 생산자의 분별에 따라 사기꾼의 입담 같은 너스레를 덧대면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이야기는 신문 기사 같은 글과는 엄연히 다른데, 전자는 가치 판단을, 후자는 사실 판단을 중시한다. 


    지데일리 DB


    이야기에 형용사ㆍ부사가 풍부한 이유도 어휘마다에 작자의 가치 판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가식화-신화화’돼 그 ‘허상’을 숨기고 있는 소설의 허구성은 ‘과장벽’이라 할 수 있지다. 한편으로는 화자 나름대로 ‘실상’에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허구성과 더불어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는다. 이야깃거리의 조립은 이야기로, 무수한 이야기‘들’의 유기적 결합은 한 편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이야깃거리는 직간접 체험의 산물인데, 간접 체험은 결국 다방면의 책읽기, 즉 개인의 독서 경향을 반영한다. 이는 작가의 작풍을 결정하며, 이에 따라 작품의 기법, 특색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가 소설인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윤곽만 웬만큼 알아보게끔 펼쳐놓은 평면도라면, 소설은 여러 이야깃거리를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 독자의 독후감과 작품 자체의 질적 완성도가 얼추 비슷하기를 기약하는 입체도다. 이처럼 소설은 ‘사정=현상=현실’에 대한 ‘관찰-이해-해석’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본질의 진정성을 알아보려는 탐구다. 


    소설가 김원우가 쓴 <작가를 위하여>는 ‘재미없다’는 독후감이 통설로 굳어진 국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의구심과 반성에서 시작해, ‘좋은 소설, 그럴듯한 소설, 읽히는 소설, 진지한 소설’을 왜 써야만 하고,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소설가들을 위한 좋은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한 이 책은 우리 소설의 항시적 미달 상태를 하루빨리 개선시키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담아 그 방법들을 제시한다. 여기에 생산적인 독서 능력의 배양, 감동적인 소설, 진정성 넘치는 소설의 탄생에 도움을 주는 길잡이별 역할을 해준다.


    손정우 기자 gdaily4u@gmail.com




    읽는 인간

    저자
    오에 겐자부로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5-07-2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정녕 제 인생은 책으로 인해 향방이 정해졌음을, 인생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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