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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읽는 생각의 날개
    사회 2016. 3. 17. 17:08

    “어떻게 하면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한다. 책을 읽고, 강의도 듣지만, 그럼에도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간다. 



    <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 최진기 지음ㅣ스마트북스 펴냄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며, 인간을 향해 있다. 때문에 삶을 위해 절실하다. 


    그 삶이라는 게, 입학시험이나 취직시험, 승진시험처럼 구체적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간절해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일상의 문제들’이다.


    나는 왜 불안한지, 타인은커녕 나조차도 왜 나 자신을 이해 못 하는지, 삶이 왜 허무하고 죽음이 왜 두려운지, 사랑은 왜 끝나고 마는지, 왜 돈과 시간에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지 등등 너무 커다란 문제 같지만 사실은 일상을 뒤흔드는 질문들을 위해 인문학은 절실하다. 


    그래서 입학을 준비하는 사람도, 취업이나 승진을 염원하는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먼저 알기 위해 인문학 ‘지식’이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은다.


    사회는 지식을 도구로 삼으라고 압박하지만 지식은 도구가 되지 않는다. 낱낱의 재료일 뿐이다. 그것들을 씨줄 날줄로 엮어 진짜 삶의 도구로 만들어내는 것은 제 스스로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힘이다. 


    면접관이든 사장이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지식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의 ‘시각’을 물을 뿐이다. 인문학 지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것을 자기 삶으로 어떻게 끌어오는지 보고 싶어 한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삶에 질문을 던지는 태도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문학에 대한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 


    맥도날드화의 특징인 표준화된 시스템과 매뉴얼화는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학교, 극장, 카페, 병원 등 사회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 이를테면 종합병원에서는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좀 더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 병원에 가면 번호표를 뽑아 차례를 기다리고, 진료를 받고 난 뒤에는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가게끔 분업화되어 있다. 맥도날드의 합리화 과정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유익한 면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합리화만 추구하다보면 오히려 불합리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종합병원에서는 맥도날드화로 의료 서비스를 더 빠르게 제공하고, 더 많은 환자를 진찰하게 되어 수익이 늘어났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 시간이 고작 10분에 불과하다. 길어야 20분이고, 심지어 5분이 채 안 될 때도 있다. 그러니 종합병원 의사는 환자에게 증상을 찬찬히 물어보며 진료할 수 없고,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살펴줄 여력이 없다. 의사가 기계적으로 빠르게 진료하니, 자연히 환자도 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 (179쪽)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 모든 것이 불안정하게 돌아가고 불안감이 고조되는 때일수록 인간은 자기 확신을 필요로 한다. 그 확신을 심어주는 삶의 지침서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면 스스로 단단해지고, 일상도 단단해진다. 그 단단함 위에 비로소 더 많은 지식, 더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공부하면 삶의 문제들이 해결될까? 인문학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문제를 풀어나갈 역량을 키워줄 뿐이다. 이것이 인문학 지식을 단순히 암기식으로 습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앨리 러셀 혹실드의 <감정노동>을 텍스트로 읽고 외워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런 사람은 아이를 돌보는 그림에서 부모의 사랑이라는 단편적인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부모의 사랑 같은 본능적인 문제에 무슨 인문학을 들이대느냐고 묻는다면 ‘중2병’으로 반항하는 아이와의 갈등, 아이에 대한 복잡 미묘한 부모의 감정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버린다.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 속에서 육아와 모성애라는 키워드를 찾고, 부조리한 사회로 연결하며, 에리히 프롬의 소유하는 삶과 존재하는 삶으로까지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그런 후에 자녀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자신의 삶이 변화될 가능성이 발견되는 것이 인문학적 사고의 힘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이 일상 가까이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에 가장 친근하게, 그리고 가장 빨리 접근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밀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식을 습득하려고만 하지 말고 의심을 통해 질문을 던지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그래서 일상과 인문학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언제까지 그저 소비하는 인간, 노동하는 인간, 게으름을 죄악으로 알고 휴식을 즐기지 못하는 인간, 돈에 쫓기고 돈만 좇는 인간으로 살 것인가? 


    이런 삶에서 과연 인문학의 단편적인 지식들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면 세상을 똑바로 보고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인문학을 삶에 현실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일상의 고민들에 잠복되지 않기 위해서, 일차원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 실용주의 사회에서 소외됐던 자신을 다시 삶의 주인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이제 진짜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인문학 지식들을 암기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 공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삶에 생생하게 작용하는 인문학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인문학의 분야들을 차례차례 섭렵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인문 고전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와 서로 융합하며 삶에 녹아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의 문제들과 부딪혔을 때, 사람이 이해되지 않을 때, 문득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때, 삶이 힘들고 고독하게 느껴질 때, 적절한 질문과 답이 머릿속에 떠올라야 한다. 


    물론 인문 지식을 머릿속에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밑바탕을 단단히 다지면 통찰력이 생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합적·유기적으로 보고, 그 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도 생긴다. 인문학적 감수성과 사유의 깊이는 우리 삶의 밑바탕을 다져준다. 


    1941년 12월,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서태평양을 중심으로 전쟁이 벌어졌다. 우리는 이 전쟁을 ‘태평양 전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군대, 언론은 이 전쟁을 ‘대동아 전쟁’이라고 불렀다. 대동아(大東亞), 즉 전쟁 앞에 ‘커다란 동아시아’라는 말을 붙여서, 참혹한 ‘침략 전쟁’을 동아시아의 ‘번영을 위한 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만들었다. 프레임은 이처럼 말에서 드러난다. 일본 국민들은 일왕과 정부가 만든 ‘대동아 전쟁’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그래서 전쟁터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자살 특공대가 되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이 잘못된 프레임을 맹목적으로 따른 역사적인 예는 많다. 특히 독일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대 히틀러 통치 아래 수많은 유대인 죽였다. 잘못된 프레임은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214쪽)


    <최진기의 교실밖 인문학>은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인문학에 접근해, 어렵기만 했던 인문학에 대한 기초 체력을 쌓는데 집중한다.


    이 책은 2010년부터 오마이스쿨에서 방송된 ‘아빠와 딸이 함께하는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을 새롭게 엮은 것으로, 자녀와 함께 읽을 수 있게, 쉽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만든 인문학 책이다. 


    책은 철학부터 사회학, 심리학, 정치철학, 과학철학까지, 가장 핵심적인 사상의 흐름을 보여줌으로써 위대한 사상가들의 핵심 사상을 머릿속에 지도로 새겨 넣어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현대의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까지, 인류 지성사에 크나큰 발자국을 남긴 사상가들의 위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고전은 각 분야 최고의 책이다. 웬만한 수준의 책도 경험의 폭과 배경지식이 약하면 읽기 어려운데, 하물며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든 사람의 생각이 응축돼 있는 고전에 바로 들어가다 보면, 겨우 몇 십 쪽을 읽다가 기가 질려 포기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문뿐 아니라 수학, 과학, 물리학, 천문학 등 자연과학 분야로 독서를 넓혀 가는 지렛대 역할을 해준다.


    지데일리 손정우 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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