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고 나쁜 짓에도 수많은 이점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ㅣ리처드 스티븐스 지음ㅣ김정혜 옮김ㅣ한빛비즈 펴냄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는 사람들이 행하는 다양한 일탈행위에도 이로움이 있음을 흥미로운 과학연구와 대중문화 에피소드를 통해 증명한다. 


가령 욕을 하면 통증이 경감된다거나, 방이 어지러우면 창의성이 높아진다거나, 낙서가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등의 믿기지 않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2004년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때의 일이다. 신세대 아빠가 되고 싶었던 나는 아내가 출산하는 내내 곁을 지키며 나름대로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진통이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확실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딸아이가 거꾸로 나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아내는 아주 길고 힘겨운 분만과정을 견뎌야 했고 급기야 진통이 끝나갈 무렵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큰소리로 욕을 뱉었다. 고통스러운 진통이 찾아올 때마다 아내의 입에서 나오는 욕은 더욱 거칠어졌다. 통증이 잦아들면 아내는 간호사와 조산원 그리고 의사들 앞에서 거친 욕을 해댔다는 사실에 민망하고 미안해했지만, 다음번 진통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은 더욱 거칠어졌다. 하지만 의료진은 이전에도 이런 과정들을 겪은 것이 분명했다. 조산원 중 한 명은 욕, 악담, 저주, 상소리 등 당신이 뭐라고 부르든 산모가 그렇게 험한 소리를 내뱉는 것은 힘겨운 분만과정에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일상적이라고 우리에게 친절히 설명해주기도 했다. 둘째 딸이 건강히 태어난 것이 기쁘고 또한 아주 힘들고 감정적으로 기복이 컸던 하루여서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나는 이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123쪽)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스티븐스와 그의 팀은 2010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상으로, 모토는 ‘처음에는 웃게 하나 나중에는 생각하게 만든다(first makes you laugh, then think)’이다. 


리처드 스티븐스와 그의 팀은 욕을 하면 고통을 더 잘 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욕 요법’에 대한 연구는 이 책에 상세히 나와 있다. 당시 실험이 진행되던 연구실에는 욕설이 난무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저자는 통증이 극심한데 당장 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는 욕의 이로움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극심한 통증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미네소타대학교의 어떤 심리학자가 주도한 마케팅 연구팀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먼저 일부 사무실과 회의실에 책상을 보기 좋게 배열한 다음 책상 위에는 몇 가지 물건만 놓아둔 채 깔끔하게 정돈했다. 그리고 다른 사무실과 회의실은 책상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듯 배열한 듯했고 책상 위와 바닥에도 물건들이 나뒹굴어서 한눈에 봐도 어지러워보였다. 그런 다음 자원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정돈된 사무실에, 다른 집단은 어지럽고 지저분한 사무실에 들여보냈고 몇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가령 어떤 실험에서는 자원자들에게 탁구공이 주력제품인 어떤 제조회사가 시장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탁구공을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탁구공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각자 새로운 용도를 열 가지 제안해보라고 요청했다. 실험이 끝난 후에 그들의 제안은 창의성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겼다. 흥미롭게도 어지러운 방을 배정받은 자원자들이 정돈된 방에서 과제를 수행했던 자원자들보다 창의성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제안 중 하나를 소개하면, 탁구공을 반으로 잘라 각각을 얼음용기로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탁구공 본래의 용도와 상당히 동떨어진 창의적인 쓰임새였다.’(265쪽)


집안일을 미루면 타성에서 벗어난다는데 사실일까. 그렇다. 무질서한 환경은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촉진한다. 만약 당신이 기존의 일들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타성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한동안 잡다한 집안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다. 


무질서한 환경이 당신의 창의성을 촉진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도록 영감을 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집안일에서도 벗어나는 보너스가 따라온다. 


시간 낭비가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데 정말일까. 이 역시 사실이다.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매 순간이 시간 낭비의 완벽한 사례이자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단언컨대 당신이 절대적으로 틀렸다. 


공상은 직관적인 깨달음으로, 껌 씹기는 스트레스 완화로, 낙서는 집중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지루함은 행동의 촉매제로서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무언가를 중단하고 더욱 의미 있는 다른 것을 시작하도록 만든다. 


이제부터 누군가가 우리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해도 우리는 당당해질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 낭비의 숨은 혜택을 알려주는 과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인 검은 양(Black Sheep)은 자기 외에 모두 하얀 양인 무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양을 말하는 것으로, 집안이나 조직의 골칫거리, 말썽꾼, 이단자를 말할 때 쓰인다. 


이 책은 인간의 다양한 일탈행위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제기하면서, 기왕 나쁜 짓을 할 바에는 일탈행위의 혜택을 누리는 실속 있는 검은 양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데일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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