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커피 중독, 담배 중독, 콜라 중독, 초콜릿 중독…. 현대인을 사로잡은 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게리 S. 크로스 , 로버트 N. 프록터 지음ㅣ김승진 옮김ㅣ동녘 펴냄


지금껏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독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았다. 무절제와 탐욕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개인을 질책했다. 기계화와 대량생산, 자본의 힘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의 두 지은이는 우리 욕망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꿔버린 거대한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가 우리 모두를 소비 중독에 빠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무언가를 용기에 담는 신기술이 생겨나면서 탄생한 새로운 종류의 기계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꽤 값이 싸고 저장과 휴대가 쉬운 물건들을 대거 쏟아내 새로운 감각을 평민에게까지 가져다주었다. 통조림이나 병조림된 음식은 계절의 변화를 무시하고 과일과 야채를 연중 소비할 수 있게 했다. 어느 신문 가판대나 가게에서도 구할 수 있는 초코바는 산딸기나 벌집을 발견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드문 경험을 대체했다. 옛날에도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고 통에 든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기는 했지만, 19세기 말에는 종이담배의 치명적인 편리함과 차가운 음료의 신선한 청량감이 대중에게 확산됐다. 감각의 강도와 범위에 이렇듯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예전에 존재했던 욕망과 희소성의 길항 관계는 완전히 교란됐다.'(24쪽)


19세기 말에 벌어진 테크놀로지 혁명은 인간의 소비 패턴과 감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인간은 달콤함이라는 감각을 얻기 위해 단맛 나는 재료를 찾아 자연을 배회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포장만 벗기면 극도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불과 10~20년 사이에 맛있다, 달다, 밝다, 환상적이다, 시끄럽다, 향기롭다는 말의 의미는 혁명적으로 변했다. 이제 우리 미각은 웬만큼 달콤한 것에는 반응조차하지 않으며, 시각도 웬만큼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에는 잠깐의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감각을 자극하는 볼거리, 먹을거리, 들을거리, 즐길거리는 점점 더 화려하게 포장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해져 누구라도 돈만 내면 언제 어디서든 경험할 수 있다. 우리 감각은 이렇게 매일 조금씩 더 상품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평범한 욕망을 주체할 수 없는 열망으로 바꿔버린 포장 기술과 마케팅의 세계.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누가 언제 어떻게 왜 그 수많은 것들을 병, 캔, 상자 속으로 집어넣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느 회사 제품이건 담배는 사실상 대동소이하므로, 담뱃갑에 그려진 디자인과 슬로건이 없으면 브랜드 구별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담배 자체도 속성이 고정적이지 않아서 어떤 상징과도 충분히 결부될 수 있다. 담배는 남성적이기도 하고 여성적이기도 하며 섹시하기도 하고 섬세하기도 하다. 물론 이런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다 광고 회사들 덕분이다. 말보로는 내재적으로 카우보이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버지니아 슬림에도 내재적으로 여성스러운 특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말보로는 1955년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담배였다.'(125~126쪽)


본문 이미지 / 자료=동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피해소송을 제기하고 지금까지도 지난한 싸움을 계속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담뱃갑에 넣는 경고 그림의 위치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소송을 시작하기 한 달 전 담배규제와 법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고 담배소송 전문가로 꼽히는 세계의 석학들을 초대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이가 바로 이 책의 지은이 로버트 N. 프록터였다. 


프록터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과학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80건이 넘는 흡연피해소송에서 전문가로 증언했다. 2014년에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으로 숨진 남성의 부인에게 담배 제조업체가 손해배상금 173억과 24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함께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로 있던 시절 무려 9년을 한 연구에 집중했고, 결국 전 세계 담배 산업을 흔드는 연구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하나인 ‘종이담배 이야기’에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나온 그의 연구 결과가 고스란히 소개돼 있다.

 

가령 과거 미국 원주민들이 피우던 담배는 중독성이 크지 않고 폐암을 유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19세기 담배 회사들은 담배를 중독성 있는 기호품으로 만들어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세웠고, 그렇게 역사상 가장 해로운 담배, 오늘날의 지궐련이 탄생했다. 


속담배로 담배를 피우는 방식은 그 옛날 담배를 처음 태우던 사람들이 만든 방식이 아니라 담배 회사들이 담배를 속담배로 피우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않게 만들면서 생겨난 방식이다. 


담배는 속담배로 피울 때 중독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담배 회사를 비롯해 당시의 거의 모든 제조업체들은 제품이 아니라 중독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중독성이 소비의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 책은 수많은 익숙한 제품들의 탄생기를 담고 있다. 카카오나무에서 난 쓴 열매가 달콤한 ‘허쉬 초콜릿’이 되기까지, 의례 때나 가끔 피울 수 있었던 담배가 종이에 포장되고 담뱃갑에 담겨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되기까지, 도축장 부산물에서 나오는 젤라틴이 ‘젤로’라는 전에 없던 상품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또 목소리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축음기가 발명되고, 거듭된 발전을 거쳐 오늘날 MP3 플레이어가 출시되기까지의 이야기 등 익숙한 것들이 어떤 기술발전과 마케팅을 거쳐 지금 우리 곁에 오게 됐는지를 다양하게 설명한다.


특히 코카콜라, 네슬레, 필립모리스, 맥도널드, 코닥 등 다국적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이면에 감춰져 있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지데일리 한주연 기자 

gdaily4u@gmail.com


Posted by have a Good story, gdaily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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