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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는 착각사회 2017. 6. 29. 14:45
‘성장의 시대’는 가고 ‘성장하지 않는 시대’에 돌입했다. 인간의 삶이나 자연계를 보더라도 성장은 특정 시기에 일어나는 것이지 천년만년 지속되는 현상은 아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이제 ‘성장’이 아닌 ‘인간다운 삶과 행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촛불철학> 황광우 지음ㅣ풀빛 펴냄
<촛불철학>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이명박·박근혜의 9년만이 아니라 지난 50년 현대사를 반추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적폐’라고 하는 것들, 성장의 시대에 만들고 쌓은 수많은 사회적 모순의 근원과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 그 모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다.
책은 무한경쟁의 광기에서 벗어나 ‘연대의 삶’을 실천하자고 제언하면서 인간다운 삶, 행복한 삶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행복은 인간의 본성을 충실하게 실현하는 곳에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존재이다. 창조적 활동을 하는 곳에 기쁨의 원천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나누고 도우며 사는 곳에 즐거움의 원천이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근본적인 미래상이다.
책은 1970년대의 ‘대한뉴스’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독재자의 치적을 홍보하는 ‘대한뉴우스’를 시청해야만 했던 시절, 초등학생에게 국민교육헌장의 암송을 강제하고, 전 국민에게 쥐잡기를 요구했던 시절, 특히 100억 달러 수출의 신화를 세뇌시켰던 시절부터 독재를 성장의 필요악이라 강변하는 ‘비정상’, 재벌 구조의 ‘비정상’이 시작됐다. 이어 민중을 학살한 범죄자들이 대통령이 시대에 이러한 ‘비정상’이 완전히 뿌리내렸다.
책은 다음으로 파탄 난 나라, 오늘의 대한민국을 재현한다. 10대 재벌의 곳간엔 600조 원이 넘는 부가 쌓여 있지만 서민의 가계부채는 1300조 원이 넘는다.
재벌은 팽창했고 민생은 파탄이 났다. 성장의 구호에 도취된 우리들, 삼성의 성장이 나의 성장인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장주의의 뿌리는 깊다. 독재는 나쁜 것이나 성장은 좋은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우리들, 부동산 투기가 나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모두가 부동산 투기와 간통하며 살고 있다.
성장 프레임을 쓸어내지 않는 한 적폐는 청산되지 않는다. 부정축재와 부동산 투기, 비정규직과 차별, 입시지옥과 청년실업은 모두 ‘성장’이라는 독나무(毒樹)에 열린 독이 든 열매들이다.
책은 이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에 대한 몇 가지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주 4일 노동’과 ‘주 2일 노동’이 공존하는 ‘주 3일 일하는 사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주 4일 노동은 정규직이고, 주 2일 노동은 파트타임 노동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은 준수돼야 한다. 주 4일 일하는 사람이 연봉 4천만 원을 받을 경우 주 2일 일하는 사람은 연봉 2천만 원을 받는다. 주 3일 일하는 사회는 사회적 생산을 세대 간 분업에 의존하는 사회다.
가계를 책임지지 않는 청소년과 자식을 다 키운 60대는 생활비 부담이 적다. 하지만 일자리는 필요하다. 20대의 청소년과 60대의 노년층은 주 2일의 파트타임 노동을, 결혼해 가계를 책임지는 30~50대의 장년들은 주 4일 노동을 한다.
주 3일 일하는 사회는 자신의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다. 주 4일 일하는 장년들도 여건만 되면 주 3일 노동 혹은 주 2일 노동을 선택할 수 있다. 주 2일 노동하고, 주 5일 자유로운 활동을 하며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책은 저자가 몸으로 겪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제언으로 채워져있다.
지데일리 손정우기자
gdaily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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