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도시에서 너무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도시의 맛과 전원의 멋을 적절히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텃밭에서 채소나 기르며 조용히 사는 것도 좋고, 넓은 정원에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손질하고, 떨어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술 한 잔 나눌 수 있는 지인까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사진_전원의 쾌락ㅣ다마무라 도요오 지음ㅣ박승애 옮김ㅣ뮤진트리 펴냄 우리가 전원생활에 대해 얘기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런 그림 같은 모습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데, 사회생활에서는 40대 은퇴까지도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떨어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꿈만 만지작거리는 전원생활로는 남아 있는 긴 날들을 채우기 어렵다.


≪전원의 쾌락≫은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부가 밭농사를 지어보겠다며 멀리 일본 알프스가 바라보이는 신슈지역 해발 850m 도부마치의 언덕에 집을 짓고, 고된 초보 농사꾼의 수습 기간을 온 몸으로 겪어낸 몇 년간의 시간을 열두 달의 일상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책이다.


도쿄 인근에서 ‘맛보기용’ 전원생활자로 살던 지은이는 갑작스러운 병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결심한다. 우선 자신과 아내의 인생 후반을 책임질 삶의 터전을 찾아 두 해를 헤맨 끝에 이상적인 장소를 발견하고, 이곳에 빌라데스트(Villa d'Est)라는 이름을 붙인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지은이 다라무라 도요오와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의 아내는 자신들의 재능을 묵히지 않고, 빌라데스트라는 곳에서 살아간다. 이는 전원과 도시에서라는 동시의 삶이 아니라, 전원의 삶에 집중하면서 이를 통해 도시에 새롭게 다리를 놓는 방식이다. 자신들이 기른 채소와 허브를 도시인에게 판매하고, 자신들의 삶에서 흘러나온 육즙 같은 체험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또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낸다. 이는 재능과 삶을 결부시킨 그들만의 콘텐츠로, ‘빌라데스트’라는 브랜드로 팔린다.

:::농번기에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해?”라는 질문을 아내에게 던진다면 틀림없이 “밤에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기까지의 시간”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아내는 침대 위에서 짧은 일기를 쓰고, 레드 와인을 한 잔 마시는데, 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그대로 곯아떨어져 버린다.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는 증거다. 겨울에는 가끔씩 기억하는 꿈도 여름이 되면 전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정신없이 잔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금방 눈을 뜬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면 벌써 아침이 찾아와 있으니, 누군가에게 밤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에서 기대하는 것을 담고 있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유쾌하게 뒤집고 있다. 막연하게 전원을 동경하던 이들이라면, 이 책이 갑자기 들이킨 찬물처럼 얼얼할 것이다. 전원생활을 구체적으로 꿈꾸던 이들이라면, 이 책이 오랜 갈증 끝에 마신 한 잔의 생수처럼 달고 시원할 것이다.


부부는 그들만의 전원일상에서 일을 마친 후 몸이 고단함과 피로에 지쳐 떨어지는 고통 속에서 삶의 희열을 경험한다. 지은이는 “하루의 노동이 끝난 다음에 찾아오는 조용한 밤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귀중한 시간이다. 온몸이 얻어맞은 듯 피곤하지만, 작업복을 벗어버리고 샤워를 하고 또 다른 나로 다시 태어나면, 이제부터 잠드는 순간까지는 귀족이다”고 말한다. 이들의 일상은 강렬한 노동과 이에 버금가는 달콤한 휴식이 함께하는 것이다.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는 부부가 함께 좋아하는 다양한 채소, 아내가 좋아하는 허브, 친구들과 함께 마실 와인을 만들 포도 묘목을 키우고 수확하느라, 겨울에는 한 해 동안 먹을 저장식품들을 준비하느라, 도시에서는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을 새벽 4시부터 시작하는 전원의 바쁜 일상. 가을까지는 먹고 노동하고 자는 단순함이 반복되는 생활이지만, 지은이는 생활 전체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이상이라고 말한다.


:::땀을 흘리는 일은 즐겁다. 수확하는 일 또한 각별한 기쁨이 있다. 하루의 노동이 끝난 다음에 찾아오는 조용한 밤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귀중한 시간이다. 온몸이 얻어맞은 듯 피곤하지만, 작업복을 벗어버리고 샤워를 하고 또 다른 나로 다시 태어나면, 이제부터 잠드는 순간까지는 귀족이다. 밭에서 수확한 오늘의 채소로 좋아하는 요리를 만든다. 지하 술 저장고에서 와인을 한 병 꺼내, 우선 건배부터(…). 온몸의 세포가 노곤하게 풀어진다.:::

 

이 부부의 전원생활은 언뜻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화려해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것이 전원에서의 ‘생활’이다.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제대로 계획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결론이다.


지은이는 “전원생활은 나이 들어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작은 주제부터 준비하면 언제든 가능한 삶의 방식이다. 예측불허의 자연에 휘둘리지 않고, 멋진 전원생활을 꿈꾸던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오래도록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뻐근한 노동을 받쳐줄 즐거운 휴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바람과 햇빛, 일과 놀이 사이에에 벌어지는 전원생활의 즐거움과 희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