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추위와 보이는 것이라곤 빙산과 얼음바다뿐인 북극, 이곳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게 된 것일까 궁금할 정도로 척박한 곳에 자신의 삶의 방식을 지켜온 이누이트들이 있다. 또 1톤이 넘는 몸집의 바다표범과 신비의 동물 일각고래, 북극의 최강자 북극곰이 살고 있다.


사진_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ㅣ김민아 지음ㅣ토네이도 펴냄 그런데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방식을 수정해야 했고 사냥꾼의 썰매를 끌던 썰매개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바다표범과 일각고래는 더 추운 곳을 찾아 북으로 이동하고 먹이를 구하지 못한 북극곰은 주민들의 음식쓰레기를 노리는 무법자가 됐다. 이누이트들은 눈물을 흘리며, 북극 생물들은 고된 삶을 영속하고 있는 것이다.


울창하고 거대해서 그 속을 다 드러내지 않는 아마존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신기한 물고기, 가마우지, 학 왜가리 같은 큰 새떼, 원숭이, 재규어, 악어 등. 아마존은 이렇게 생명이 살아 넘친다. 그러나 최근 이상기후로 우기가 길어지면서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들은 기척도 없이 숨어 한없이 고요해지고 금을 캐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정글 한가운데가 파헤쳐진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지구의 허파가 도려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라면을 끓여 먹는 사이 옆에서는 사냥꾼들이 어제 잡은 일각고래 고기를 버터에 구워 스테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별로 맛이 없다는 일각고래의 등 부위를 일랑구악 아저씨가 개밥으로 주려고 얻어 두었는데 그걸 조금 잘라 먹는다는 것이다. 개밥주고 남긴 고기를 다시 사람이 먹다니! 이건 뭔가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고기는 눈밭에 덩그러니 던져져 있다. 날이 추우니 상할 일이 없고, 놓여 있는 곳이 얼음이니 냉동시킬 필요도 없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우리가 나눈 설전 따위, 자연으로 사는 삶 앞에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세상 그 어느 곳보다도 자연과 사람이 매우 공평한 방식으로 '삶'을 누리는 곳, 바로 여기가 아닐까.:::



얼음이 녹으면서 오늘 서 있던 자리가 내일 없어지는 북극의 눈물,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매일 물에 잠기는 아마존의 눈물이 곧 우리의 눈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는 북극와 적도의 한가운데서 과거와 현재, 오지와 도시를 오가며 이곳의 안녕을 비는 한 여성의 고민이 담긴 책이다.


다큐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은 이국적 풍경과 환경파괴의 실상만큼이나 제작진들의 열혈 제작기가 큰 관심을 받았다. 북극의 척박한 환경과 살을 에는 추위, 아마존의 폭염과 날벌레의 공격 속에서 꿋꿋하게 촬영을 이어가던 그들 중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일한 여성 프로듀서가 있다. 김민아 P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남자도 견디기 힘든 오지와 야생으로 카메라 하나 들고 두 번이나 뛰어들었다. 북극에서는 얼음이 갈라져 두 번이나 얼음바다에 빠지고 아마존에서는 수상에서 배가 충돌해 전복되는 사고를 겪으면서도 ‘허허허’ 웃고 넘어가는 여유를 보였다.


사람이 살고 있는 최북단 마을, 지구상 가장 깊숙한 곳 아마존. 극과 적도를 가로지르며 그곳에서 생을 이어가는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고 돌아온 김민아 PD. 그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욕망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사라져가는 것들에게 뜨겁고도 시린 안부를 묻는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오랫동안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지켜온 의지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지구의 끝, 어딘가에서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만날 때마다 지은이가 전해 받는 메시지는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라는 말. 하지만 지은이는 정작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계속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위험 속에서도 여기까지 버텨줘서, 지금까지 있어줘서 감사하다고.


:::이곳의 풍경을 멀찍이서 보고 있노라면 이 풍성한 녹색이 마음에는 가득 찬다. 넘실거리는 검은 물결도, 녹색 나무와 풀과 미동도 없이 조용한 물 위에 비치는 구름과 하늘. 이것은 너무나도 풍요롭다. 넘친 강물에 온통 잠겨 물속에서 죽어버린 마른 가지들조차 외롭지 않다. 이곳은 숨어있고 고요하지만 모든 생명이 조용한 숨소리로 살아 넘친다.:::



북극의 얼음 위를 내달리는 사냥꾼 우사깍 할아버지, 이방인이었지만 이제는 진정한 사냥꾼이 된 오시마, 바다에 빠지고 발바닥이 찢어지면서도 달리는 썰매개들, 얼음왕국을 지배하는 고래와 북극곰들, 분홍빛 고래 보뚜, 유쾌한 안내자 페르난도, 만나지 못했던 재규어…. 이 책은 그들을 향한 인사이기도 하다.

 

이 책엔 지구의 끝과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