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지데일리] 불완전한 기억력과 정신적인 허점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게다가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한 사람의 기억력과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업무들이 생겨났다. 때문에 오랜 기간 훈련을 쌓아온, 노련한 전문가들조차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또 작은 실수들이 때로 뼈아픈 실패를 야기하기도 한다.


사진_체크! 체크리스트ㅣ아툴 가완디 지음ㅣ박산호 옮김ㅣ21세기북스 펴냄1935년 10월30일 미 육군항공대에서 차세대 폭격기를 선택하기 위한 비행 시합이 열렸다. 가장 주목받았던 폭격기는 이전의 폭격기보다 훨씬 빠르며 2배나 멀리 날 수 있는 보잉의 모델 299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이륙한 모델 299는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추락하고 말았다.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의 실수’였다. 신경 써야 할 복잡한 장치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조종사가 깜빡 잊고 제어장치를 해제시키지 않았던 것.


이 사고로 인해 ‘한 사람이 조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비행기’라는 평을 들은 모델 299를 조종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고, 보잉은 이 사건으로 파산의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미군은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 해결책은 간단했다. 바로 조종사들이 꼭 실시해야 할 핵심 사항을 담은 한 장의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폭격기가 바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한 ‘하늘의 요새’ B-17이다.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단순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현재 프로노보스트는 동료들 사이에서 ‘뛰어난’ ‘영감을 주는’ ‘천재’ 의사로 일컬어진다. 그는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공중위생학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응급의학, 마취학, 집중치료의학 분야에서 수련했다. 하지만 고작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된 교육과 훈련을 받았단 말인가? 아마도 그런 모양이었다.

체크리스트의 놀라운 초기 시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 시도를 받아들이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프로노보스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의사, 간호사, 보험업자 할 것 없이 그의 말을 들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체크리스트를 보여주었다. 그는 한 달에 평균 7개 도시에서 체크리스트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 장의 종이일 뿐인 체크리스트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체크! 체크리스트≫는 B-17의 사례와 같이 쉽고 단순한 전략인 체크리스트가 커다란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체크리스트의 가장 강력한 힘은 우리의 실수를 막아준다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극히 단순한 전략이다.


지은이 아툴 가완디는 이 책에서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많은 일을 처리하는 현대인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한 해결책이 곧 체크리스트라고 이야기한다. 체크리스트의 사용이 업무의 효율뿐만 아니라 일의 성공과 실패, 나아가 사람의 생사도 좌우한다고 말한다. 한 장의 체크리스트가 마지막 안전망이 돼 놓치기 쉬운 문제들을 찾아내고 실수를 막아준다고 덧붙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체크리스트는 업무 매뉴얼과는 다르다. 체크리스트는 실수와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사항을 체크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일 뿐 일을 하는 방법이나 과정을 알려주는 매뉴얼은 아니다. 현장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혼동해 ‘나쁜’ 체크리스트를 만들기 십상이다. 나쁜 체크리스트는 쓸데없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좋은’ 체크리스트는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단계를 일깨워주며 팀워크를 만들어낸다.


앞서 언급된 ‘하늘의 요새’가 추락한 후 체크리스트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항공업계에는 그런 수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2009년 1월 15일 155명의 승객을 싣고 가던 뉴욕행 비행기가 맨해튼 상공에서 거위 떼와 충돌하면서 비행기의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조종사 슐렌버거와 스킬스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동안 엔진 정지, 불시착, 고객 대피와 관련한 체크리스트를 하나하나 체크했다. 그리고 승객들이 구조되기 좋은 위치를 찾아 허드슨강에 불시착하고 3분 만에 모든 승객을 안전히 대피시켰다.


의외일 수 있지만 체크리스트는 금융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심리학 박사 스마트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연구한 결과 여러 유형의 투자자들 가운데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투자자들이 가장 실적이 좋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로 투자자 모니시 파브라이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체크리스트가 활용되는 사례를 조사한 지은이는 수술실에 체크리스트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가 고안한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전 세계 8개 병원에서 실험한 결과, 3개월 동안 합병증 비율은 36%가 떨어지고 환자 사망률은 47% 감소했다. 그 결과,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현재 WHO에 공식 채택되어 세계 각지의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온갖 종류의 실패들, 즉 빠뜨리고 지나간 세부적이고 미묘한 사항들, 못 보고 지나친 정보와 터무니없는 실수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대개 우리는 좀 더 열심히 일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뒤처리를 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육군 조종사들이 반짝거리는 신형 모델 299 폭격기(B-17, 너무 복잡해서 어떤 인간도 조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계)를 보면서 생각했던 방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잡혀 있지 않다. 이 조종사들 역시‘좀 더 열심히 노력’하기로 결정하거나 아니면 그 비행기의 추락 사고를‘실력이 부족한’조종사의 실패로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그들은 체크리스트의 단순함과 진가를 알아차렸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 사실 복잡한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아주 뛰어난 능력과 결단력을 지닌 사람들조차 계속 같은 공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패턴과 그에 따른 대가를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볼 때가 되었다.

체크리스트를 써보라.:::



지은이는 “체크리스트는 끔찍한 사고를 막아주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들인 프로젝트를 보호해준다. 체크리스트는 단지 ‘지켜주기만’ 하는 방어기제가 아니다. 끔찍한 재난에서 인명을 구할 수 있고, 수술실에서 생명을 구해내며, 금융위기도 피할 수 있게 하고, 한 개인을 성공으로도 이끌어준다”고 말한다. 종이 한 장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