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선수인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가 2006년 슈퍼볼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MVP가 된 후,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혼혈인인 그의 방문과 맞물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하지만 2010년 현재 하인즈 워드는 우리들 머릿속에서 잊힌 이름이 됐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은 세상 밖으로 다시 밀려났다.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의 정착은 요원해 보인다.

 

사진=크로스 컬처ㅣ박준형 지음ㅣ바이북스 펴냄국경 없는 글로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아시아에서 일한 후 유럽에서 노년을 보낼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때문에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고, 어떤 환경에서든 공존공영하기 위해서는 각양각색 문화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안목을 갖게 되면, 자기중심적이고 특수적인 태도가 상대적이고 보편적인 태도로 발전한다.

 

≪크로스 컬처≫는 외국인과의 교류는 날로 늘어나고, 나라 간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인 만큼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각양각색 문화에 대한 이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책에 따르면, 기업체의 해외 담당자나 정부의 국제 협력 담당관에서부터 혹은 배낭 여행객까지 누구나 글로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문화 현상과 각 나라만의 문화적 특성을 알아야 하는 시대다. 이(異)문화 전문가인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은이는 우선 집단주의와 체면, 업무 방식 등과 관련된 자신의 문화 수준을 점검할 것을 주문한다. 이어 언어와 비언어, 시선, 웃음 등 문화 간 소통을 이야기한다. 그는 “문화에 대한 인식을 갖고 소통하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문화 간의 차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상 어디에 가나 문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세계인이라 말할 수 있다는 견지에서다.

 

여기서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문화를 뛰어넘기 위한 전제는 수용(acceptance)과 적응(adaptation)이다. 이와 함께 우리만의 문화 수준을 단계별로 점검하는 것이다. 문화 수준의 각 단계를 점검하면서 ‘문화주의자’가 결국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상당히 향상됐음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 수준은 이런 엄청난 경제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국가 경쟁력 평가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한국의 ‘문화적 폐쇄성’은 여전히 후진국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프랑스의 문화 비평가 기 소르망이 “한국에는 문화재는 있으나 문화적 이미지는 없다”라고 혹평한 것에 대해 아니라고 반박하지 못할 만큼 우리들의 문화적 수준은 경제 성장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지은이는 “다문화 사회란 문화적 배경이나 인종과 민족, 국적 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차별과 편견 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사회”라고 말한다. 때문에 경제가 성장한 만큼 문화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아직 그 시작의 단계로 다문화 사회 초기에 막 들어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지론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하며 문화 충돌을 몸소 경험한 지은이의 생생한 체험들을 통해 다문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전학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은 다양하고 다각적인 문화적 차원과 안목들을 제시함으로써 문화적 성숙을 지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하나의 고정된 렌즈, 편견을 버리고 ‘나의 문화만이 잘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인정할 때 다른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