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자연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본다기보다는 자연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때문에 자연의 형태나 빛깔, 자연이 끝없이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듣지 못하곤 한다.

 

사진=꼴, 좋다!ㅣ박종서 지음ㅣ디자인하우스 ≪꼴, 좋다!≫는 곤충이나 식물, 그리고 동물 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 새로움이란 바로 디자인과 관련이 있다.

 

책에는 풍뎅이와 노린재, 사마귀, 달팽이, 베짱이, 잠자리, 딱정벌레, 소금쟁이 등 많은 곤충이 등장하지만 채집할 만한 곤충들을 장황하게 설명하진 않는다. 도깨비 풀, 도라지 꽃, 달개비 꽃, 개불알꽃, 싸리 꽃 등 이름이 재미있는 꽃들이 등장하지만 우리 들녘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모아놓은 도감이 아니다. 모란이나 장미, 고추, 호박, 고사리 등이 모습을 보이지지만 요즘 유행하는 가드닝이나 텃밭 가꾸기를 소개하고 있지도 않다.

 

이밖에 달팽이, 가오리, 상어 등도 등장한다. 그렇지만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를 밝혀낸다거나 환경 문제를 거론하지도 않는다.

 

지은이의 시선은 자연에만 멈추는 것이 아닌 바로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디자인 문제들에 대해 바로 자연은 쉽게 그 해답을 내놓는다고 이야기한다.

 

게의 마디마디가 따로 움직이듯 관절을 꺾으며 일하는 굴삭기, 단풍나무 씨를 닮은 프로펠러와 마삭줄과 흡사한 배의 스크루, 한 번 붙으면 쉽게 떨어지질 않는 도깨비 풀의 원리를 이용한 일명 ‘찍찍이’ 벨크로 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매일 지나치는 우리 집 앞마당이나 아파트 단지 잔디밭에서도 아주 재미있는 자연의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옛날부터 물을 담고 쌀을 담고 공예품이나 악기로까지 사용했던 바가지, 줄 하나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닭장을 만든 어리, 생긴 대로 기능과 용도를 만들어낸 디딜방아와 지게 등 우리와 가장 가까운 물건들, 하루도 아닌 수백 아니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도구들에서는 자연을 닮은 우리나라 사람의 디자인 유전자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릴 때 다들 한두 번쯤은 만들어본 갈대 배가 이 시대 모든 배 디자인을 명쾌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이 책은 자연이 만들어낸 수많은 ‘위대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지은이 박종서는 “만일 우리가 시선을 멈추고 잠시라도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은 어김없이 먼지를 털고 고개를 치켜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순간처럼 전연 낯선 얼굴로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이라고 덧붙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