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칼리’ ‘이온’ ‘환원’ 등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좋아하는 과학용어’가 있다. 미네랄도 그중 하나다. 광고에서도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하면 만사형통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네랄 성분은 음식을 통해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다. 철분이나 칼슘처럼 보충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결핍증만큼이나 위험한 게 과다증이다. 뼈에 좋다는 칼슘이 혈액 중에 너무 많으면 심각한 고칼슘혈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런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미흡한 실정이다.

 

사진_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토크ㅣ이덕환 지음ㅣ프로네시스 펴냄이처럼 우리 사회에 떠도는 근거 없는 믿음들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이자 새로운 과학교육문화 분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덕환은 과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가 이런 믿음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첨단기술이나 우주개발, 국가 경쟁력을 위해 소수의 사람만이 배우는 것이 과학이라는 생각은 과학기술 사회의 가장 큰 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편견에 빠질 때 우리는 우리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응할 방법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 토크≫는 음식과 자연, 질병, 에너지 등 우리 생활과 밀착된 다양한 문제들을 이슈로 엮으며 과학 지식을 전달한다. 이덕환은 이 책에서 각종 미디어가 생산, 유통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과학적 시각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생활 속에서 과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의 알몸을 보여준다는 중국산 투시안경은 사이비 과학을 앞세운 대표적인 상술이다. 특수필터를 이용해 몸에서 반사되는 약한 적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시킨다는 광고 문구와 조작된 이미지는 기초적인 과학 지식만 알아도 거짓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근거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연히 호기심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오해는 더 크다. 가공식품이나 방부제는 모두 나쁘다는 식의 태도는 천연 식품과 신선한 식재료를 선호하는 최근의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가공식품과 화장품에 널리 쓰이는 안식향산과 소르빈산은 각각 쪽동백나무 수액과 마가목에서 채취한 천연원료다. 또 다른 방부제 성분인 아스코르브산과 토코페롤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 C와 비타민 E의 다른 이름이다.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되지 그 물질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방부제에 대한 합리적인 태도라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지은이는 자연 문제에 있어서도 보다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연 현상을 관측한지 채 100년도 되지 않는 데이터로 지구 환경 변화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산업화의 책임이라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 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1년 평균 해수면이 4mm 상승했다는 관측결과가 곧바로 모래해안의 파괴 원인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래사장이 사라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과도한 바다모래 채취와 해안선 개발이라는 점을 해운대만 가 봐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생명 윤리, 광우병, 신종플루, 첨단 의학, 에너지 등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지은이는 “새로운 과학 교육의 목표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과 사회에서 직면하게 되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복합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과학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과학자가 공부하는 방식으로 과학 개념을 배워야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힌다. 배우기 어려운 과학 개념이라도 꼭 필요한 것이라면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견지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