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감성을 움직인다. 꽃과 나무가 있기에 사랑을 느끼고 꽃을 통해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다.”


사진_식물교과서ㅣ오병훈 지음ㅣ마음의숲 펴냄.jpg 지난 30여 년간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며 우리 꽃과 나무를 연구해 온 식물학자 오병훈은 전국 각지에서 희귀한 식물을 찾아냈다. 그때마다 우리 산하가 정말 아름다운 땅이라고 느끼며 이 땅을 풍요롭게 하는 들꽃과 나무에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한 그루의 풀, 한 장의 잎사귀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귀중한 자산이라고 여기며 사진을 찍었고 글로 기록했다.


≪살아 숨 쉬는 식물 교과서≫는 오병훈이 우리나라 각 지역의 역사와 전설이 얽힌 꽃과 나무 이야기의 기록을 엮은 책이다. 지은이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전국 산천을 직접 찾아다니며 선정한 가장 중요한 식물종을 깊이 있게 다룬다. 신비로운 에너지로 자신만의 색깔을 뽐내고 있는 다양한 식물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작고 앙증맞은 금낭화를 보고 있노라면 사원의 추녀에 매달린 풍경이 연상된다. 그것도 보석으로 만든 천상의 옥루를 장식하는 풍경이다. 예쁘고 귀한 풍경이니 진귀한 소리가 딸랑딸랑 울릴 것만 같다. 금낭화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소리만으로 빚어낸 맑은 종소리가 울릴 것만 같다. 그 고운 소리는 마음을 비운 착한 이들만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해도 마음으로 느끼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금낭화 곁을 떠나지 못한다. 빨간 비단 주머니에서 새어 나오는 청아한 소리를 기대하면서.:::



이 책엔 식물의 생태와 서식지의 환경 조건, 용도와 민속, 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다. 들꽃이나 나무가 식용, 약용으로 쓰이는 사례와 더불어 문화, 민속학, 자원학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전국 산천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수많은 식물은 역사와 전설을 만들며 제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더 유심히 봐야 할 꽃과 나무는 자연에 영혼을 실어 주는 주인공이다. 꽃과 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밝히고 지역의 역사를 만들어 가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긴다.


:::참나무는 ‘진짜나무’라는 뜻이다. 소나무는 나무 중에서 ‘재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가 아니면 모든 나무는 잡목이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참나무류만은 진짜나무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귀한 수종으로 대접을 받았다. 참나무라고 하지만 사실은 참나무란 이름의 나무는 없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수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상수리나무를 참나무의 대명사처럼 부르고 있다. 참나무류는 목재에서 나는 향기가 좋다.:::



책에는 바람꽃의 꽃말 속절없는 사랑의 유래, 전설적인 영웅 로빈후드와 주목나무와의 관계, 순교자 같은 꽃 동백, 화전가와 화전놀이의 주인공이자 두견화 전설을 전하는 진달래 등 역사와 전설을 만들어 낸 식물 이야기가 담겼다. 경상남도 양산시 천성산의 둥굴레는 원효대사가 즐겨 먹은 신선식이었다는 유래를 찾아볼 수 있고, 강원도 평창군 발왕산의 겨우살이에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나무 아래서 입맞춤을 하면 평생 함께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책은 이처럼 꽃과 나무에 대한 정보와 이에 얽힌 역사와 전설을 소개한다.


책은 또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의 다양한 쓰임새를 설명한다. 단단하고 재질이 고운 목재로 여러 가지 공예품이나 목가구를 만드는 후박나무, 귀한 약술이나 약재가 되는 가시오갈피, 신경통에 좋은 지팡이가 되는 마가목, 열매 속으로는 나물을 무쳐 먹고 껍데기로는 바가지를 얻을 수 있는 박 등 식물이 우리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들려준다. 충청남도 금산군 금산 12선녀폭포의 때죽나무의 꽃으로는 연지 곤지를 만들고, 경상북도 문경시 주흘산의 다래는 회춘비방 신선식으로 백발을 예방하고 요통을 다스리는 약재가 됐다.


책에는 특히 지은이가 직접 식물의 특징을 살려 찍은 100여 종의 꽃과 나무 사진이 수록돼 있어 식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지은이는 전한다. “그 어떤 식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산하가 훼손되어 가고 있어서 귀중한 천연자원이 사라지고 있다. 천연자원은 선조에게 물려받은 것이므로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한다. 꽃과 나무에 대한 공부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천연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