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먹지 못하게 하는 부모들은 설탕이 분해되어 생기는 포도당이 뇌의 활동과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도 모르고 단지 이빨 상한다고 먹지 못하게 한다. 썩은 이빨은 다시 나고 틀니도 쓸 수 있지만, 뇌는 바꿀 수도 없고 ‘가짜 뇌’도 없는데….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사진_인체기행ㅣ권오길 지음ㅣ지성사 펴냄.jpg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손발을 움직여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열이 나면서 아프고, 세상을 보고 듣고 하지만 그 많고 복잡한 과정을 알려고 한다면 자연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부딪혀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에 부딪히고 만다.


≪인체기행≫은 ‘달팽이 박사’로 유명한 권오길의 구수한 입담과 이야기하듯 풀어 쓴 우리 몸 이야기다.


:::가운뎃귀(중이)에는 고막이 연결된 세 개의 뼈가 있다. 이 세 뼈를 청소골 또는 이소골이라 하는데, 이것은 음압변환기 역할을 하여 소리를 전하는 장치로 음을 50배나 증폭시킨다. 가운뎃귀 아래에는 유스타키오관이 인두(식도의 입구) 쪽 벽과 연결된다. 길이는 약 3.5cm로, 보통 때는 그 끝이 닫혀 있지만 음식을 먹거나 하품을 하면 열린다.


코를 세게 풀때 귀가 멍멍해지는 것은 코의 기압이 이 관을 타고 가운뎃귀를 누르기 때문이고, 기차가 굴로 들어가거나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귀에서 느껴지는 뻑뻑함도 같은 원리다. 이 때는 하품을 하거나 침을 삼키고 또는 껌을 씹어 관의 끝을 열어주면 안팎의 기압이 평형으로 유지되어 괜찮아진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감기 끝에 중이염에 걸리는 수가 있는데 심한 기침을 할 때 코의 세균이 이 관을 타고 귀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감기 끝에 중이염에 걸린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 눈을 설명할 때도 그냥 ‘눈’이라고 하지 않는다. 눈은 ‘마음의 창(窓)’이고 뇌가 튀어나온 것이며, 마음은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있는 것이니 눈은 곧 마음의 창이라고 해석한다.

 

책은 인체를 다루는 만큼 과학적이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