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에서 온 편지>는 이 물음에 대한 근본적 대답을 모색한다. 석유정점 문제뿐 아니라 유기농업에서 공업디자인,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언어학에 이르는 매우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심오한 예측이 조합된 도발적 생각들을 풀어 놓고 있다.

 

미래에서 온 편지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ㅣ리처드 하인버그 지음ㅣ송광섭 송기원 옮김ㅣ부키 펴냄 지은이 리처드 하인버그는 “화석에너지만이 아니라 현대 문명의 모든 측면에서 한계와 종말의 징후가 보인다”면서 “더 심층적인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석에너지 문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인구 증가와 서식처 파괴, 다른 재생 불가능 자원들의 고갈 등 제반 요소들을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text Point▶ 내가 살고 있는 2107년의 젊은이들을 화나게 하는 방법을 하나 알려 드릴까요? 그들에게 예전엔 사람들이 잔디에다 수백만 갤런의 물을 계속 퍼부었다는 얘기를 해 주면 됩니다. 내가 그들에게 수세식 변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설명하면 그들은 분노를 참지 못합니다. 어떤 친구들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날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지금 물 문제는 심각합니다.

수십 년 전부터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자기 몫의 식량을 스스로 가꾸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는 없었으며 많은 배고픔이 따랐습니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좋은 종자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다음 농사철까지 씨앗을 저장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따라서 종자 저장량은 빠른 속도로 감소되어 갔습니다. 현대의 모든 교배종들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텃밭에 심은 야채는 다음 해에 심을 좋은 씨앗을 거의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유전자 조작 식물은 특히 벌들과 다른 유익한 곤충들을 멸종시켜 버리는 등 각종 생태학적 문제들을 일으켰습니다. 유전자 설계 종자 회사에서 특허권을 보존하기 위해 개발한 ‘자살 종자’는 그중에서도 최악이었습니다. 분배 체계가 붕괴되면서 이들 특수 종자가 사라지게 되자 수백만의 사람들이 심거나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우리들의 집단적 신화가 되었으며 자연 수분된 좋은 식용작물의 씨앗은 이제 우리에게 금보다 더 소중합니다.

 

지은이는 한편으로 쇠퇴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작은 마을, 대가족, 지역 공동체의 자치경제 등에 기반을 둔 생존 형태로의 회귀, 특히 전 지구적 통신 수단과 같은 지난 산업시대의 장식품이 조합될 때, 다수의 현대 도시인이 꿈에 그리던 생존 방식을 미래 세대에게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책은 단순히 다가올 파멸의 예고가 아닌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위한 희망찬 전망인 것이다.

 

지은이는 또 앞으로 다가올 여러 가지 정점에서 파생되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선 문제 회피가 아닌 집단적 지성의 노력이 필요한 동시에 정부에 의한 교육과 동기 부여가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동기 부여의 일정 부분은 땀 흘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에 걸친 괴로운 희생이 결국에는 보상받을 거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이미 ‘쇠퇴의 시대’로 들어섰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크게’라는 메시지로 수십 년간 고무해 온 소비에 대한 입맛을 이제는 억제해야 해야 하는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지은이는 인구, 복잡성, 소비의 감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특성을 지닌 안정된 사회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작은 마을, 대가족, 지역의 소비를 위한 지역 내 자체 생산 등에 기반을 둔 생존 형태로의 회귀는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유산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견해에서다.

 

이 책은 다가올 파멸의 예고가 아닌 불가피한 변화와 그 과정에 대해 인류 역사상 전례 없었던 규모와 속도의 신중한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글머리에 나온 “인간은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인간은 ‘어떻게’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 수 있을까”에 대한 혜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