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 왜 약자를 못 살게 굴어서는 안 되는가? 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가? 이런 주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나라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직감의 문제이고 도덕의 문제이다.”


사진_나는 반대한다ㅣ김정욱 지음ㅣ느린걸음 펴냄.jpg  평생을 환경공학 연구에 몰두하며 학자의 양심으로 수많은 토건개발의 실상을 밝혀온 대표적 환경학자인 김정욱 교수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한반도 대한민국에서는 22조 원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자 우리 땅과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할 4대강 토건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그 결과가 회복 불가능한 재앙으로 몰려 올 것이란 것을 간과한 채.


≪나는 반대한다≫는 과학과 상식에 입각한 풍부한 자료를 통해 생태와 살림, 영혼과 문화의 길을 비추며 정부의 4대강 공사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대강 공사를 왜 해서는 안 되는가? 이것은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처럼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다. ‘왜 강을 파괴하면 안 되는 건가?’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말은 ‘안 되니까 안 된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논리로 말하겠다면 나 역시 이 책에서 논리로 말하겠다. 나는 40여 년 연구해온 환경공학을 기반으로 정부의 모든 주장을 검토해보았지만 단 하나의 타당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 타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재앙을 예고한다.”



지은이는 과학에 입각한 최근 사례 분석, 해외 현장 조사에서 발견한 외국 사례와 역사적 기록 등 풍부한 자료와 근거로 정부 주장의 허구를 조목조목 짚어간다. 그 근거에는 정부와 국책 기관이 만든 자료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러한 지은이의 체계적인 반론은 4대강 공사의 진실과 전모를 드러내준다.


“정부의 주장에는 공통점이 보인다.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원인 진단이 완전히 거꾸로 되어 있고, 그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악화는 재앙으로 가는 과정의 이름표다.” (…)

“공사의 명칭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건설업체에 돌아가는 예산 규모는 항상 일정했다. 14조 원을 건설업체에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인가?”



지은이는 국가의 국토정책은 토건개발 국책사업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우리 땅 가꾸기’로 전환해야 하고, 이 땅은 이제 땅의 법칙에 맞게 국민이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를 위해 과학기술과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 마을 속에서 함께 살며 행복을 누리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반만년 이어온 전통적 삶의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양식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환경공학 연구와 환경파괴에 맞서온 지난 40년간 자연은 그의 참된 스승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학문은 우리 강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한다. 그러나 “내 40년 학문은 힘이 없지만, 내 60년 삶은 간절하기에 온 삶을 던져 ‘나는 반대한다’라고 외치는 것이다”라며 희망을 품고 있다.


이 책은 정부의 4대강 공사의 실체에 관한 것인 동시에 물신의 세계화와 무한경쟁의 속도가 우리 삶을 불안에 떨게 하는 시대, 삶의 중심을 잡고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위한 ‘진실보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