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분에 세계가 하나로 된다. 즉, 세계는 미국화 된다.”


사진_세계문화전쟁ㅣ강준만 지음ㅣ인물과사상사 펴냄.jpg 미국 작가 업턴 싱클레어의 이 말처럼 미국의 대중문화 패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헐리우드를 위시해 글로벌 미디어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에 맞서 세계 각국은 문화 보전 노력과 자국의 이익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미디어 선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문화전쟁≫은 미국에 대항해 세계 각국의 문화전쟁이 본격화한 최근의 역사를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를 석권한 이유는 문화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 파워’ 중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소프트 파워 중시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연쇄반응 효과를 가져온다. 즉, 미국이 주도하거나 촉발한 문화전쟁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게 돼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의 문화산업 인수ㆍ합병 붐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유럽과 여타 지역에서 문화산업 인수ㆍ합병 붐을 불러오고, 미국의 CNN이 세계뉴스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들 수 있다.


본격적으로 미국의 문화제국주의를 받아들이게 될 한미자유무역협정은 협상 14개월 만인 2007년 4월 2일 타결됐지만 양국에서의 비준이 미루어지면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또 지난 3월에야 비로소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 비준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7월 발효됐다.


지난 1981년 미국 음악 케이블티브이 채널인 MTV는 경계와 의미를 파괴하는 문화적 충격으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미국식으로 동질화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 말 미국 시트콤 <프렌즈>가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은 이후 <섹스 앤드 더 시티> <프리즌 브레이크>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드 열풍은 브런치, 칙릿, 된장녀 신드롬, 뉴욕 라이프스타일 유행, 와인 열풍 등 한국의 문화 아이콘의 중심으로 생활양식과 문화패턴을 끊임없이 생산해냈다. 또 세계 수많은 신도들의 추앙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성공과 번영의 명암을 통해 미국 경제 전망과 더불어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종교적 성격을 갖는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수명을 연장해줄 미국 인터넷 정보제국을 이끌고 있는 두 선두 주자 구글과 위키피디아도 문화전쟁의 중심을 차지한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의 60~7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은 구글리제이션이라고 불릴 만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주도하면서 검색 신드롬의 과잉을 야기해 개인정보 유출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부상한 미국의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과 협업에 의해 창출되는 경제를 가리키는 위키노믹스(wikipedia+economics)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성장했으나 ‘미국중심주의’에 철저한 편집방향과 대중지성의 합리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알 권리’에 한이 맺힌 한국인들은 아직 검색 프라이버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거니와 무조건 미국 따라가는 걸 선진화로 여기는 버릇마저 갖고 있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이미 한국이 자랑하는 ‘쏠림’ 현상이 검색 신드롬으로 인해 더욱 극단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한국에서 검색의 축복은 저주의 그늘에 가릴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정보제국에 힘입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미디어 전쟁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책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서는 싸이월드의 선전과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역공으로 퇴조 경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책은 현재 다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 문화전쟁이 국경과 분야를 뛰어넘어 우리의 일상적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안목,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