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제품은 그 성능과 품질만 가지고서는 선택하기가 어려워졌다. 백화점에 가보면 우리가 입는 옷만 해도 수백, 수천 가지 상품이 있다. 그 옷들은 품질과 소재, 재단, 형태 등 여러 면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


사진_욕망의 코드ㅣ롭 워커 지음ㅣ김미옥 옮김ㅣ비즈니스맵 펴냄.jpg 그렇다면 해당 제품은 자신에게 꼭 필요해서 산 것일까? 그렇다면 필요한 만큼을 가지고도 항상 ‘하나 더’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과 품질, 그리고 우리의 ‘필요’가 우리가 구매한 모든 물건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욕망의 코드≫에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롭 워커는 ‘여느 때 같으면 합리적인 구매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특별한 구매결정을 하도록 유인하는 복잡한 요인’을 ‘욕망 코드’라 정의내리고, 무엇이 우리를 소비하게 만드는지 파헤친다.

 

실제로 그런 물건을 사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 팔찌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않았으며, 실제적인 기능도 없었다. 그 팔찌가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예쁜 것도 아니었다. 이런 팔찌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초의 리브스트롱(LiveStrong) 팔찌의 가격 1달러 중 약 70센트는 랜스암스트롱재단으로 들어갔고, 이 팔찌를 하나 사면 자선단체를 후원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하지만 암 연구 펀드를 돕는 것이 당신의 목표이고 거기에 쓸 1달러가 있다면, 왜 전액을 그 재단에 기부하지 않는가? 실제로 리브스트롱 팔찌가 대량 생산되기 전에 이베이 구매자들은 소매가격인 8달러나 10달러를 주고 그 팔찌를 샀고, 한 푼도 암 연구재단에 돌아가지 않았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징을 원한다. 제품이 의미하는 상징을 표현하는 것이 브랜드나 로고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과학자들은 ‘코카콜라냐, 펩시콜라냐?’를 묻는 문제를 실험으로 다뤘다. 첫 번째 실험에선 기본적으로 유명한 눈가리개 테스트인 펩시콜라 시음회를 재연했다. 맛만을 기준으로 하면 펩시콜라가 약간 더 선호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매우 근소한 차이라서 사실상 비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본질적 감각의 호소만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두 음료는 거의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지적했듯 두 음료의 성분이 완전히 똑같다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다음 실험에는 ‘문화적 정보’라는 다른 요소가 포함돼 있었다.


여기서 문화적 정보란 브랜딩이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알아보기 쉽도록 라벨을 붙인 음료와 라벨을 붙이지 않은 음료 중 하나를 선택했다. 제대로 라벨이 붙은 펩시콜라는 라벨이 붙지 않은 경쟁자와 다시 비겼다. 그러나 제대로 라벨이 붙은 코카콜라는 익명의 경쟁자를 상대로 결정적인 우위를 보였다. 코카콜라 브랜드에는 분명히 펩시콜라에는 없는 뭔가가,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펩시콜라를 선호한다고 말했음에도, 실제 실험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두 경우에 조사 대상자들은 라벨이 붙지 않은 음료가 코카콜라일 수도 있고 펩시콜라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은 라벨이 붙은 음료와 같은 것이었다. 결국 브랜드화된 코카콜라가 브랜드화되지 않은 코카콜라에 압승을 거둔 셈이다. 이처럼 상징은 우리가 구매하는 행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은 우선 상징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 의미 있는 상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본다. 소비자인 우리는 브랜드에 면역이 되어 있다고 말하면서도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에 관여하게 되는데 어떻게 그 과정에 관여하는지를 들여다본다. 물론 상징만이 욕망의 코드를 전부 설명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개인으로 느끼기를 원하는 마음에 남들과는 다르거나 혹은 튀어 보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로 느끼기를 원한다.


또한 우리는 이런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민에 빠져 있으며, 이 같은 현대 생활의 근본적인 긴장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의 중심에 어떤 식으로 긴장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매스마케팅시대는 브랜드와 제품의 크고 작은 실패로 채워져 왔다. 포드는 1957년에 출시한 신차 모델 마케팅을 위해 소비자 조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에드셀 역시 참패를 기록했다. P&G는 20세기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이용해 타이드, 스코프, 크레스트 등 가장 유명한 제품을 만드는 거대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밖에도 많은 제품을 출시했는데 실패에 따른 결과로 오늘날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욕실 화장지 브랜드인 배너와 서밋, 플링이라는 종이타월, 페이스라는 치약, 엔카프린이라는 아스피린, 바이브런트라는 표백제, 액체 합성세제 솔로와 비지르, 살보라는 정제(錠劑) 합성세제, 덩컨하인스라는 유명 브랜드에서 출시한 ‘부드러운’ 쿠키는 공격적이고 비싼 대중 광고 공세에도 어이없이 실패했다.



이와 함께 책은 바야흐로 소비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고 강조한다. 또 이런 소비자를 지배하는 것은 ‘욕망의 코드’라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