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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밥을 먹여주는 세상경제 2010. 9. 15. 21:37
[컬처 파워]
<지데일리 한주연기자> 한때 GE의 연간 매출은 소규모 국가의 GDP와 비슷했다. 빌 게이츠의 말 한 마디가 세계를 휘청거리게 흔든 적도 있다.
하지만 세계 경영계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GE는 ‘최대’라는 찬사는 들었어도 친밀감, 영혼, 감성 등의 키워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GE의 주요 관심사는 이윤과 규모, 고용, 주주였고 그로써 단순한 ‘빅 파워’일뿐, 미래가 원하는 ‘굿 파워’의 모습은 아니었다.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소비자에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다르다. 하나는 ‘독점’이 먼저 떠오르고, 또 하나는 ‘창의’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미국 차세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다니엘 핑크는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넘어 하이콘셉트, 하이터치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 바 있다.하이콘셉트는 패턴과 기회를 포착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며 스토리를 만들고 요소 간의 새로운 의미들을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하이터치는 남과 공감하며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고, 자신과 타인의 즐거움을 유도하면서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그것을 추구하는 능력과 관계된다.
다니엘 핑크는 좌뇌형 인간들이 미국의 금융파생상품이나 신자유주의 등을 유발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 우뇌형 인재가 미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지금 이 시대는 문화와 감성, 스토리 등과 같은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들이 21세기 기업경영, 사회경영의 성공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컬처 파워>는 국내외 기업들의 다양한 문화 전략들을 소개하며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의 미래에도 적용될 만한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바로 ‘컬처 파워’다.
소비자도 왕자처럼 자신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심리학의 대가 로버트 치알디니는 이것을 ‘상호성의 법칙’이라고 표현했다. 내 마음이 가면 상대방도 마음을 준다는 뜻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은 상품에 기대지 않는다. 마음이 외로워서 그 대안으로 브랜드를 고르는 것 아닌가. 소비자는 사는(buying) 사람이 아니라 사는(living)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문화 전략이 종국에는 힘을 받는다.
예술경영이 돋보이는 LG, 창업자 철학을 기업문화로 이룬 유한킴벌리, 공동체 트레이드 정신이 빛나는 더바디샵, 국가 이미지텔링을 끌어들인 할리데이비슨 등 여러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물론 백세주, 놀부보쌈 등의 부족한 문화 전략에 대한 조언까지 폭넓은 내용을 전한다.
또한 기업경영에서 문화, 영혼, 스토리, 감성 등이 얼마나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문화 마케팅 현장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지은이 황인선이 기업과 사회에 직접 전하는 네 가지 ‘톡톡 제안’을 하고 있다. 그는 문화 전략가로서 창의적이고 진지한 시각으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집도 20년 살면 리모델링하는데 우리 역사와 신화도 리모델링해야 한다. 미국의 독립 영웅이나 유럽의 왕가만 쳐다보는 우리 아이들 머릿속에 한국을 각인시키려면 신화 재구성이 당연히 필요하다. 기업이 여기에 투자를 하면 좋겠다. 테카르트 면에 투자하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좋지만 대기업이 역사적·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여기에 투자해야 산타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신화가 재구성되어야 소설, 서사시, 음악, 영화, 그림, 연극, 뮤지컬, 발레, 게임이 만들어진다. 그 몫은 산타클로스와 코카콜라의 경우처럼 기업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우선 책은 기업과 문화의 만남에 대한 배경이나 오해와 갈등,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문화 전략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 문화 전략 매트릭스 등을 제시한다.
또한 문화 전략의 거시적 비전을 제시하고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들을 풀어낸다. 지은이는 문화 인구 400만 명을 만들자는 제안과 스토리텔링을 끌어오는 소재로서 신화나 집단 기억, 어린이 코드, 대립 쌍으로 이야기 만들기 등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문화 전사의 정신, ‘정화’에 대해 전한다. 정화라는 개념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보내는 좋은 제품과 좋은 문화를 만들라는 발신을 무시하고 계약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늦은 처벌’이 내려지게 되어 있다. 늦지만 반드시 하는, 그래서 더 무서운 처벌이다. 빨리 했으면 제때 대응했을 텐데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소비자 신뢰 리스크에 불감증인 회사나 산업은 월가의 허황된 약속에 바람만 잔뜩 들었다가 결국엔 치명적으로 휘청대는 ‘미국 금융의 후회’와 같은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잠시만 이런 장면들을 상상해보자. 씻김굿, 이슬람 교인들의 오체복지 기도, 통곡의 벽, 환경 영화 <지구>의 마지막에서 굶어죽어가던 북극곰, 태안반도의 기름때를 걷는 100만 명의 사람들, 남대문 화재사고 때 통곡과 참회의 꽃다발 등의 영상들 말이다. (중략) 굿이 신명나는 한풀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영혼을 정화하는 힘이 있듯이 문화 전략도 딱 그렇다. 그 씻김의 정신을 문화 전략은 또 하나의 힘으로 가지고 있다.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는 힘으로. 이것이 문화 전략에 관해 내가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다.
책은 문화 전략이 기업의 유일한 솔루션이 될 수는 없으며 기술과 품질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기업의 문화 전략이 미래의 시대에 기술과 함께 또 다른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결국 기술 개발에만 집착하지 않고 착한 마케팅, 고객과 교감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세상에 전하는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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