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릇, 옆지기, 그림잔치, 길그림, 풀그림, 살붙이, 자전거길, 자전거군, 꽃내음, 찻삵, 일삯, 가난이, 저잣거리, 지난해, 바빠맞다, 나들목, 땅밑길, 정치꾼, 씻는방, 책잔치, 읽는이, 온누리, 마음밭, 생각힘, 엄마젖, 그린이’.


사진_어른이 되고 싶습니다ㅣ최종규 지음ㅣ양철북 펴냄.jpg 어떤 사람이 쓰는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정신이고 삶이다. 심성이 고우면 말이 곱기 마련이고 말이 고우면 심성도 곱기 마련이다.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에선 한결 사랑스럽고 살가운 우리말과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책을 매개로 하고는 있지만 책보다 사는 이야기에 무게를 둔 에세이다.

 

“어린 나날부터 제가 품은 꿈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어른이 되겠다’입니다. 국민학교 4학년 적 실과 시간에 ‘내 꿈 발표하기’를 하는 자리에서 저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하고 제 꿈을 밝혔습니다. 동무들과 교사는 킬킬, 칼칼, 끅끅, 푸하하 하며 웃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꿈은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이 한 가지뿐입니다.” 지은이 최종규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부터 품은 간절한 소망을 책에서 밝힌다.


그렇다면 서른여섯 살 아저씨인 지은이는 아직 어른이 아닐까? 그는 어른이면서도 어른이 아니다. 지은이가 되고 싶은 어른은 ‘나이만 어른인 사람이 아닌, 밥그릇 비운 숫자만 어른이 아닌, 몸뚱이와 살갗만 어른이 아닌, 참다이 어른인 사람’이다.


지은이가 말하는 ‘참다이 어른인 사람’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으로선 실현이 불가능한 이상태일지 모른다. 사람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 속에서 사람도 끊임없이 변하므로 기준이 되는 ‘참다이 어른인 상태’를 못 박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참다이 어른인 사람’이란 그런 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또는 상태로 말 할 수 있다.


이 책엔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가난하지만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 새 것을 애써 구하기보다 헌 것을 보듬어 쓸 줄 아는 사람, 평화로운 말과 글을 쓰는 사람, 불의와 폭력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책엔 학창시절 아버지와의 갈등, 교사와 학교에 대한 불만, 대학 자퇴, 군대와 폭력에 대한 혐오 등 그동안 지은이의 과거사가 흥미롭게 등장한다. 또 그가 사랑하는 헌책, 사진, 자전거, 아이에 대한 이야기와 교육, 환경, 지방자치, 청소년 진로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함께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