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 김소월 <고향>에서


사진_그 해 여름의 추억ㅣ김규동 김규련 외 지음ㅣ문학사계 펴냄.jpg 누구에게나 고향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사랑의 보금자리나 다름이 없다. 때문에 세상 살기가 힘들 때마다 어머니의 품속을 찾듯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세상살이에 힘들어 하고 좌절할 때마다 어머니가 맞아주듯, 고향의 산천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품어준다.


≪그 해 여름의 추억≫은 어머니와 같고,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아낌없이 베푸는 삶의 보금자리인 고향에 관한 이야기다. 세파에 찌들어 오염된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마음의 고향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어머니와 같은 고향이 아니고는 위로받을 곳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마치 짠맛을 잃은 소금 같은 종교에서 위로받지 못합니다. 정체성이 없는 국적불명의 교육에도 기대 수 없습니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은 모성이 자리한 우리들 자신의 신념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책에선 빠르게 변하고 현대 사회에서 길을 잃을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머니의 품을 떠올릴 수 있는 고향이라고 믿는 70인이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한반도를 아우르는 고향 산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제는 갈 수 없는 이북의 기억, 별이 총총 빛나는 밤 별을 따러 가자던 일곱 살 꼬마들, 야트막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앞으로는 비단결 같은 냇물을 바라볼 수 있는 여름 밤의 정자 등 지은이들이 기억하는 여름의 고향 풍경은 독자에게도 반갑게 맞아주는 어머니와 같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생각해보면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 같은 이북 출신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살기 어려워 시골에서 도시로 무작정 가족이 흩어져 올라왔다거나 이민을 떠났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고향이라고 해서 돌아가 볼 곳이 없지요. 고향을 빼앗긴 유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김규동



우리들의 가정이나 사회가 경제적으로는 윤택해졌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는 매말라지고 황폐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책은 병들고 지친 우리들의 영혼에 투명한 하늘로, 푸른 바다로, 초록의 초목으로, 반짝이는 별무리와 반딧불로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정겨운 고향산천을 통해 잃었던 모성을 다시 되찾게끔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