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가도 아니고 식물학자도 아닙니다. 다만 풀꽃을 좋아하는 시골의 한 시인일 뿐입니다. (…) 어떤 의미에서 풀꽃은 나에게 늘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외롭고 쓸쓸할 때, 지쳐 있을 때, 쓰러져 있을 때, 끊임없이 풀꽃은 내 곁에서 숨을 쉬고 있었고 나더러 일어나라고, 잘해 보라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풀꽃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친구이고 이웃입니다. 풀꽃에게 감사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_풀꽃과 놀다ㅣ나태주 지음ㅣ푸른길 펴냄.jpg ≪풀꽃과 놀다≫는 우리 삶과 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인생의 흐름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지은이 나태주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꽃 이야기처럼 구수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상투적이며 예사로운 자연 예찬의 글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엮어진 글 하나하나는 주제어로 제시된 풀꽃 이름과 꽃말 등과 잘 어울린다.

 

“그대 만약 스스로

조그만 사람 가난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풀밭에 나가 풀꽃을 만나 보시라

 

그대 만약 스스로

인생의 실패자, 낙오자라 여겨진다면

풀꽃과 눈을 포개 보시라

풀꽃이 그대를 향해 웃어줄 것이다.

조금씩 풀꽃의 웃음과

풀꽃의 생각이 그대 것으로 바뀔 것이다.

 

그대 부디 지금, 인생한테

휴가를 얻어 들판에서 풀꽃과

즐겁게 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 보시라

 

그대의 인생도 천천히

아름다운 인생 향기로운 인생으로

바뀌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


 

지은이는 “사람은 어린 시절 어디서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또 누구와 살았느냐, 무엇을 좋아하며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나에게는 시골, 초가집, 외할머니, 풀꽃과 나무들, 새들과 곤충, 그리고 하늘에 뜬 멀리 흰 구름 등등이 아주 선망되는 이미지로 체득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쉼 없이 앞으로만 가야 한다고,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자신의 주변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조그마한 자연에 눈길조차 줄 수 없다고 푸념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