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그동안 지배했던 시스템의 기본 공식은 간단하다. 맡은 일을 하라. 시간맞춰 출근하라. 열심히 하라. 상사의 말을 들어라. 참아라.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라. 그러면 보상받을 것이다… 이것은 사기다! 과격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실이다. 당신은 지금껏 사기를 당한 것이다. 거대한 사기극에 동참하기 위해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그 많은 세월을 팔아넘긴 것이다. 이 사기극에서 개인은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사진_린치핀ㅣ세스 고딘 지음ㅣ윤영삼 옮김ㅣ21세기북스 펴냄.jpg 영화 <매트릭스3>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네오는 스미스 요원과 대결을 펼친다. 일방적으로 네오를 공격하는 스미스는 이렇게 외친다. “너는 지금 왜 싸우는 거지? 누구를 위해 싸우는 거지?” 네오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뼈대는 다름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매트릭스가 창조한 허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노예처럼 살 것인지, 아니면 거칠고 팍팍하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온에서 인간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선택. 결국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했고, 시온과 매트릭스를 구원할 ‘그’가 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매트릭스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자각하기도 전에 현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공장 시스템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리마커블(Remarkable)’한 경영 구루인 세스 고딘은 ≪린치핀≫린치핀’을 통해 특유의 경쾌하고 신랄한 문장으로 공장이라는 시스템에 세뇌당한 우리에게 진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학교와 시스템에 의해 평범함을 세뇌당한 평범한 실패자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잠든 린치핀의 재능을 깨워야 한다.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에 세뇌당하지 마라. 우리는 쉽게 바꿔 낄 수 있는 무수한 부품 중 하나가 아니라 고유한 인간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내뱉어라.



지은이는 현대 공장 시스템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공장이 원하는 직원은 기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람, 고분고분 말 잘 듣고 보수를 조금 줘도 되고 언제든 쉽게 바꿔 낄 수 있는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다. 오직 경쟁력과 효율성만이 기업과 인간의 존재 가치를 결정한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쓸모없다”라는 자본의 심판이 내려지면 노동자는 가차 없이 또 다른 더 싸고 더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노동자로 바뀐다.


정작 우리는 이런 공장 시스템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위해 스펙을 쌓고 창조성을 죽이고 천재성을 억압해 왔다. 눈앞의 확실성을 얻는 대가로 자신의 자유와 책임을 포기했던 것이다. 지은이는 이를 두고 “우리는 파우스트의 거래를 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남들이 비웃을까봐,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해왔던 것.


그러나 지은이에 따르면, 더 이상 공장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제 세상은 더 인간적이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더 성숙한 ‘린치핀(linchpin: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을 원한다. 열정과 활력이 넘치며 우선순위를 조율할 줄 알고 불안에 떨지 않고 유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린치핀을 원한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린치핀을 원한다.


우리에게도 선택할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나는 더 평범하게 더 표준에 가깝게 더 값을 낮춰 이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빠르게 더 독특하게 더 인간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에 걸맞는 것을 얻고 싶다면 무조건 튀어야 한다.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꼭 필요한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깊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내 자신을 알려야 한다.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은 지은이 특유의 명쾌한 통찰이 담긴 개인을 위한 선언문이다.


지은이는 “멍청한 기계의 시대는 갔다”고 강조하면서 ▲다른 전략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성공하는 전략의 비밀은 무엇인가 ▲다른 직원보다 훨씬 생산적인 직원의 비밀은 무엇일까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서도 번창하는 조직과 무기력하게 휘청거리다 사라지는 조직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무 주목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아이디어와 달리 널리 퍼져나가는 아이디어의 비밀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